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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Nov 14. 2021

11-3. 깊은 산 속 염전과 오얀따이땀보

[성스러운 계곡투어]


산골짜기에 숨어있는 소금 염전 – 살리네라스 염전


좁은 길을 따라 가파른 협곡으로 내려오니 하얀 웅덩이들이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시야가 닿는 저 멀리까지 골짜기 한 면이 전부 염전으로 뒤덮여 있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강물과 바위에 함유된 염분이 충분히 많아서 깊은 산 속에서도 염전을 만들어 많은 양의 소금을 생산해 낼 수 있다고 한다. 길 옆에 조그맣게 난 물길에 손을 넣어 흐르는 맑은 물을 퍼서 혀로 살짝 핥아봤는데, 굉장히 짰다. 정말 짰다. 바닷물보다 더 짰다. 입 안에 짠맛의 기운이 쉽게 가시질 않았다. 응축된 소금 결정을 혓바닥에 문지르는 것 마냥 극강의 짠맛이 올라왔다. 재밌는 점은 물을 펐던 손에 물기가 사라지자 소금이 남아있었다. 입으로 후후 불어도 소금이 쉽게 날아가지 않고 손에 들러붙어 있었다.



살리네라스 염전
소금 한가득 시냇물


멀리서 내려다 본 살리네라스 염전




네모난 웅덩이 한 칸을 염전 1개라고 하면, 이곳에는 대략 4,000여 개의 염전이 있으며 각 염전마다 60kg~100kg까지 소금이 생산된다고 한다.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은 지역주민들이 직접 짊어지고 근처 창고까지 나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염전은 바닷가 마을에서 주로 하는 활동인데, 고산지대 깊은 골짜기에서 하고 있으니 놀랍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다. 염전은 바다에서만 하는 작업이라는 고정관념이 보기 좋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신비한 잉카인의 기술력이란... 다시금 그들의 신비로운 능력에 경이로웠다. 한번 더 염전을 둘러보니 슈가파우더를 뿌린 누네띠네 과자처럼 보였다. 이곳은 건기에는 땅이 메말라 갈라진 상태인데, 우리가 온 시점은 우기라서 물이 가득 차 있었고, 운좋게도 염전의 촉촉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소금 한가득 염전




성스러운 계곡투어의 종착지, 오얀따이땀보


다음 목적지는 성계투어의 마지막 코스,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관람을 마친 후, 잉카레일을 타고 아구아스깔리엔떼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짐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인근 상점에 짐을 맡겼다. 매표소 바로 뒤편으로 오얀따이땀보의 유적지가 보였다. 외형이 독특했다. 유적지 전체가 계단식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한 단의 높이가 성인 남성 키보다 훨씬 더 높아서 그곳으로 올라가는 건 불가능했고, 유적지 옆에 나 있는 보행로를 이용해야 했다. 많은 관광객들의 뒤를 따라 우리도 정상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해발고도 5,360m 무지개산 비니쿤카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 라파즈를 다녀온 우리에게 이제 더 이상 고산병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상지점까지 온통 돌계단을 올라야 해서 조금 힘들긴 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봤다. 높은 산으로 둘러 싸인 오얀따이땀보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깊은 골짜기 사이로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바람의 세기가 얼마나 강하던지 바람을 마주한 채로 서 있으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였다. 바람이 강할만도 한 것이 주변에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산의 웅장함만큼 골짜기의 깊이도 아주 깊었다. 건너편 산을 보면, 주황빛 집들이 붙어 있는데, 이게 사실은 잉카인들의 천연 냉장고로 쓰였다고 한다. 햇살이 강하게 비춰도 높은 산 아래 형성된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덕분에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최정상 전망대에서 조금 내려와 잉카 특유 건축 양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거대한 돌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잉카인들은 돌을 짜맞춰서 건물이나 벽을 짓는데, 돌의 암수를 구분하며 맞춘다고 한다. 돌에 홈이 파여져 있으면 암돌, 튀어나와있는 부분이 있으면 숫돌로 구분한다. 돌을 짜맞춰 세운 벽도 얇은 종이 한 장조차 들어가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 이 부분은 이전에 들었던 설명이라 알고 있었지만, 다음 내용은 신선했다. 잉카 건축물에는 사다리꼴 모양의 널찍하고 거대한 돌이 자주 보이는데, 사다리꼴 모양의 돌은 소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서 있는 정상에서 큰 소리로 외치면, 오얀따이땀보 마을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증폭된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관광지마다 잉카인들의 지혜와 놀라운 기술력이 담겨있었다. 



정상에서 본 오얀따이땀보 마을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알릴 내용이 있으면 누군가 정상으로 부리나케 달려와 주민들에게 소리치며 공지사항을 전달했을 모습을 떠올려봤다. 이 높은 곳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느라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자유시간에 유적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정상에서 내려다 볼 땐 광장처럼 보였는데, 다른 각도에서 올려다보니 제단 혹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된 요새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 쪽에는 집터와 지붕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주거시설이 있었다. 지붕은 지푸라기 위에 진흙을 바른 후 자잘한 돌멩이들을 뿌려 만들어졌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골짜기 지역 특성상 강한 바람에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튼튼하게 지어진 모양이다. 그리고 집터가 있는 곳 주변에 돌을 촘촘하게 쌓아 올린 돌담도 참 많았다. 바람 많은 제주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 가이드와 헤어지고 짐을 찾으러 내려갔다. 짐을 찾으려는데, 우리 짐을 맡고 있던 상점 주인이 대뜸 짐 보관비용을 요구했다. 이미 가이드와 이야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보관비용은 따로 지불해야 했나 보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돈을 지불하고 나가는 편이 여러모로 좋기도 하고 그렇게 터무니 없는 금액을 부르지 않았기에 우리는 돈을 내고 짐을 챙겼다. 잉카레일을 타기 위해 모토택시(인력거)를 타고 기차역까지 이동했다. 오얀따이땀보 마을에서 역까지 짐을 짊어지고 걸어가기엔 조금 애매하게 거리가 멀었다. 모토택시(인력거)를 타고 나름 재미있게 이동했다. 모토택시는 좁아서 2인 1조로 나누어서 타야 했다. 성인 남성 2명에 무거운 짐까지 추가되니 모토택시가 앞으로 나가는 속도가 영 시원치 않았지만, 저렴한 값에 이동하기엔 나름 좋은 교통수단이었다. 기차표 예약을 마치고 시간을 보내고 휴식도 취할 겸 근처 카페에서 생과일주스를 마시며 기다렸다. 기차 시간이 다 되어서 기차역 안으로 들어갔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플랫폼에 대기하다가 기차에 탑승했다.



아담한 모토택시




오늘의 가계부


성스러운계곡 투어 입장권 280솔 (1인당 70솔*4)

살리네라스 염전 입장료 40솔 (1인당 10솔*4)

짐 보관 10솔

모토택시 (오얀따이땀보~잉카레일 기차역) 6솔

잉카레일 앞 카페 32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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