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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Nov 21. 2021

11-4. 마추픽추의 관문, 아구아스깔리엔떼

[마추픽추]


잉카레일타고 아구아스깔리엔떼로


잉카레일은 생각보다 좋았다. 한 테이블에 의자 4개가 배치되어 있어 마주보며 앉을 수 있었고 마침 우리 멤버가 4명이었기에 우리끼리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의자는 고급스러운 재질로 된 가죽으로 되어 있었고, 푹신푹신한 게 참 편안했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고산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페루의 자연경관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었다. 특히 가파르게 깎아 내리는 고산의 기세가 참으로 이국적이면서도 웅장한 기품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산의 형태라서 더욱 관심이 갔던 것 같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식이 제공되었다. 티켓값에 포함되어 있는지 별도의 요금은 내지 않아도 되는 주전부리였다. 음료는 무냐차, 커피, 주스 중에서 고를 수 있어서 각자 마실 음료를 골랐고, 나는 커피로 골랐다. 평범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였지만, 잉카레일에서만 마실 수 있는 커피라고 생각하니 평소에 마시는 커피보다 향긋하고 구수했다. 다른 친구가 무냐차를 선택한 덕분에 향을 맡고 조금 시음해봤다. 향과 맛이 강하지 않아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차였다. 독특한 향을 지녔지만, 녹차와 유사한 느낌이었다. 마추픽추 글자가 적힌 컵홀더와 주전부리와 함께 나온 휴지를 기념으로 남길 겸 가방에 보관했다.





잉카레일에서의 경험은 대부분 좋았지만, 한 가지 불편한 점도 있었다. 어디선가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좀처럼 소음은 그치지 않았다. 같은 칸에 동승한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통에 영 편하지 않았다. 얼마나 체력이 좋던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쉼없이 떠들어 댔다. 항의를 한다고 해도 수적으로 열세인데다 왠지 우리의 컴플레인을 듣지 않고, 역으로 우리에게 따질 것 같아서 하는 수 없이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그동안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과 일기 내용을 정리했다. 2시간 달린 끝에 아구아스깔리엔떼에 도착했다.


물의 도시 아구아스깔리엔떼


기차역 앞에서 만나기로 한 가이드와 연락이 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여러 가이드들은 자신의 손님을 데려가려고 미리 마중 나와 있었는데, 우리 가이드는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기다리면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기차역을 둘러보며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 둘씩 가이드와 떠나고 기차역이 조금 한산해지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오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함과 곧 올거라는 기대가 뒤섞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게 20분 동안 초조한 상태로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이드를 따라 호텔로 이동했다. 시내 한복판에 강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고, 물이 흐르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아구아스깔리엔떼는 마추픽추로 가는 관문과도 같은 지역이라서 마추픽추를 보러 오는 전세계 여행객들은 모두 이곳으로 모였다. 그래서였을까 저녁시간이 되자 생기가 돌았다. 호텔로 걸어가는 데 식당 앞에서 호객행위하는 사람들을 참 많이 봤고, 식당 안에는 여러 국적의 여행객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르막길을 오르고 올라 한적한 곳에 있던 호텔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침대에 널브러져 잠시 쉬었다.





아구아스깔리엔떼, 우리말로 따뜻한 물이라는 뜻이다. 지역명에서부터 물의 도시임을 보여주고 있다. 강이 시내 중심을 관통해서 이 지역 일대가 다른 지역보다 더 습했다.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는데, 가이드가 우리에게 와 다음날 투어 일정에 대해 설명해주고 내려갔다. 마추픽추로 가는 버스는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에 별도로 버스 티켓을 구매해야 했다. 늦게 가면 티켓을 못 살수도 있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부리나케 밖으로 나갔다.  번화가 중심지역에 있는 venta de boletos de bus 라는 곳으로 향했다. 입구 앞에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서 티켓을 못 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줄은 금방 줄어들었다. 달러와 솔 두 가지 화폐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애초에 달러로 낼 계획이었기에 환전해 놓은 솔은 아끼고, 달러로 티켓을 구매했다. (-tip- 편도 버스(One-way) 12달러 / 4인 기준 48달러, 한화로 약 5만 5천원) 페루 물가를 고려하면,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1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내야 하는 게 불만스러웠지만,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이 이것뿐이었고, 이곳의 정책이 그렇게 운영된다고 하니, 그러려니 하고 돈을 지불해야 했다.


저녁식사는 구글맵스로 검색하다가 평점과 리뷰가 가장 좋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기찻길 바로 앞에 있는 마파초(Mapacho)라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는데, 붙임성 좋고 건장한 웨이터가 우리에게 오더니 자신이 메뉴를 추천해주겠다고 했다. 웨이터가 추천해 준 알파카 꼬치와 페루식 디저트, 알파카햄피자, 치킨볶음밥과 마파초 수제맥주를 주문했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치킨볶음밥은 간이 잘 되어 있고 맛은 괜찮았다. 알파카꼬치는 압도적인 맛과 식감이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고, 풍미도 좋았다. 레드와인 소스를 사용했는지 달짝지근하면서도 고기의 풍미와 잘 어울렸다. 알파카햄피자는 얇은 도우에 치즈와 햄이 토핑으로 올라갔는데, 햄이 짭짤할 뿐 특색 있는 맛은 아니었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각종 플레이팅을 제외하면 알파카꼬치는 달랑 2꼬치에 불과해 양은 적은 편이었으나 맛이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맛있었다.



알파카피자
알파카 꼬치
치킨볶음밥
페루식 디저트


식사하는 도중에 갑자기 가게 앞으로 기차가 지나갔다. 심지어 기차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철로는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기차가 다니는 길이었다니!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레스토랑인데다가 관광지 프리미엄까지 붙어 가격대가 센 편이었지만, 맛과 볼거리 모두 잡은 맛집임은 분명했고,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왔다.



기차가 거기서 왜 나와..?



저녁을 마치고 다음날 마추픽추 방문을 위해 일찍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새벽부터 시작되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느라 한동안 고생 좀 했다. (마추픽추에 갈 때는 물파스와 모기기피제는 필수로 챙길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오늘의 가계부


마추픽추행 버스 48달러 (1인당 12솔*4)

MAPACHO 저녁식사 240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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