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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그리는 양순이 Oct 19. 2023

내 마음속 어두운 구멍을 채워주는 별가루


지난 몇 년간 우리 가족에게 생겼던 어떤 일로 우리는 모두 큰 우울과 고통을 겪었었다. 그리고 그 일은 수 차례 희망 고문만 하더니 결국 우리의 바람과 정 반대의 결과가 되었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일. 불가항력적인 일.


너무도 절망적이고 충격적이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며.


아니더라.


특정 인물에게만 기적이 일어나는 건가 보다.


마음속이 썩어 들어갔지만 마지막 남은 자존심 한 끄덩이가 내가 멀쩡히 잘 지내는 척하게 해 주었다.

물론 ~ 한 척은 오래가지 못한다. 한 번씩 나도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만큼 폭발하여  또라이 짓과 폭언, 분노, 우울, 회피로 역겨운 감정들이 표출되었었다.


'정신 병원을 들어가야 하나. 인천 대교라도 올라서볼까. 백합꽃을 방 한가득 채우고 자면 죽는다던데 진짠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삶과 죽음의 교차로에서 발을 떼었다 놓았다 했다. 하지만 죽을 용기는 없었다.


그런데도 내 가족과 친한 친구들은 묵묵히 내 뭐 같은 감정들을 받아주고 함께 울어주고 기다려줬다. 한 지인은 딱히 친분이 깊은 것도 아니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말없이 꼭 껴안아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힘들어 보였나...'

고마움과 알량한 자존심이 상하는 묘한 기분이 교차했지만

그 따뜻한 체온이 좋았다.


그들이 오랫동안 조금씩 뿌려준 별가루들이 결국 내 마음속 깜깜한 구멍에 큰 빛이 되었다. 그리고 그 빛은 어둠을 뚫고 나와 내가 다시 웃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둠 속에 침몰되어 가던 나에게 그들의 관심과 사랑이 별가루보다 더 반짝였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아픔은 시간이 흐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씩 무뎌질 뿐이다. 누구에게나 아픔은 한 번씩 오기에 내가 겪은 일로 징징대고 싶지도 않다. 나 혼자 힘든 거 아니다. 그냥 마음에 묻고 적당히 살아가면 되는 거 같다.


하지만 그 상처와  아픔 덕에 확실히 알았다.

누군가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기도 했지만 사랑으로 내 상처를 덮어주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것을.


그리고 나도 이제 누군가에게 아주 미세한 빛이나마 새어 나오는 별가루를 뿌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고통으로 영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말해 주고 싶다. 누군가 조용히 그대의 안녕을 위해 기도 하고 있노라고. 그 어둠을 언젠가는 빛이 깨뜨려 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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