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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양b Dec 23. 2022

원하는 걸 모두 이룰 수는 있어. 다만,

왜 결혼을 못하냐고 물으신다면

'내마음보고서'라는 심리검사를 진행했다.

나라는 사람의 가장 큰 성격 특징은 "목적에 대한 집중력이 높다"라는 거였다. 자신에게 주어진(혹은 스스로 세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심리적, 물리적 자원을 쏟아붓는다.


30대의 내가 남자를 만나는 목적은 '사랑'이 아닌 '결혼'이었다. 그간 순탄하게 살아온 건지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기 전의 나는, 내 미래를 계획하고 싶은데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인 결혼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 있어 장기계획을 세울 수가 없으니 누구와도 결혼을 해서 함께 미래를 그리고 싶었다.


배우자 감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학벌, 직업, 나이, 연봉 정도 였다. 그전에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신뢰 부분은 건너뛰고 말이다. 조건을 만족하면 그건 당연히 생기는 거라고 착각했다.


결혼이란 한 사람과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인데, 그 '사람'을 보지 않고 그가 가진 '조건'만을 판단했으니 상대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성적으로(이기적이고 계산적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려 든다면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상대가 이기적인 행동을 해도 '학벌이 좋으니까.. 똑똑한 아빠로는 괜찮겠지'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참고 지나갔다. 상대가 배려심이 없어도 '직업이 좋으니까.. 경제적으로 여유로우면 생활하기 편하겠지'라며 못 본 척 나를 속였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사랑이 차오를리는 만무했고 상대도 그걸 느꼈을 테니 연애로 이어지지도, 결혼으로 나아가지도 못했던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포기하면 편해


슬램덩크 안감독님이 강백호에게 했던 말처럼, 결혼하겠다고 난리지만 연애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주위사람들이 해준 조언이다.


내가 포기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평생 함께 할 사람을 고르는 데 있어 진짜 나에게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꼭 갖추었으면 하는 조건을 나열해 봤다. 

1. 학벌이 아니라 사회적 지능과 센스

2. 특정 직업이 아니라 어떤 분야라도 자기의 일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

3.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와 대화가 통하면 됨

4. 연봉은 나보다 조금이라도 높았으면 좋겠다

5. 호감 가는 외모와 건강미

6. 부드러운 말투와 표정

7. 함께 있을 때 편안하고 대화가 즐거울 것, 나와 놀 시간이 많을 것(★ 가장 중요!)


이렇게 기준을 세우고 또 한 가지, 조급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를 원하는 나로서는 나이의 압박을 어쩔 수 없었지만 대신 내 건강에 더 신경 쓰기로 했다. 




원하는 걸 모두 이룰 수는 있어.
다만 원하는 때에 이루어지길 바라는 건 욕심이지.


32살에 결혼을 해야겠다는 인생계획이 마음대로 안되자 조급해진 그 당시 나에게 가장 깨달음을 준 조언이었다. 원하는 사람과의 만남이든 원하는 모습이든 계속 그 꿈을 품고 있다면, 내가 원하는 그 시기가 아니어도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조급함에 불안했던 나에게 그랬던 것 처럼 이 문장이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꿈은 도망가지 않아, 도망가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지"라는 짱구아빠의 말처럼 이 글을 읽으시는 분께서도 내 꿈에서 멀어진다고 느낄 때 도망가지 말고 원하는 모습을 더 명확히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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