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났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사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너무 쉽게 끝내고, 너무 빠르게 떠났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 없이도 잘 지냈다.
그걸 바라보는 나는, 참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같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왜 나만 이렇게 무너지는 걸까.
왜 나만,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있는 걸까.
사랑이 끝난 자리엔 침묵만이 남아 있었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고,
이제는 연락할 이유조차 없는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가장 괴로웠던 건
그 사람이 나 없이도 충분히 괜찮아 보였다는 거다.
행복해 보였고, 심지어는 더 가벼워진 듯 보였다.
그 모습이 더 날 무너뜨렸다.
그 사람의 웃음은 나와 함께일 때보다 더 밝아 보였고,
나는 마치 방해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속이 타들어갔다.
떠난 사람은 괜찮은데, 왜 나는 이토록 힘들어야 하나.
왜 아직도 그 사람이 남긴 말, 표정, 뒷모습이 머릿속을 맴도는 걸까.
왜 이 아픔은 오직 나의 몫인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알게 됐다.
그 자리에 오래 머물렀던 건,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진심이었기 때문이라는 걸.
쉽게 잊지 못했던 건, 그 사람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진짜였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떠난 사람의 무게보다,
남아 있는 내가 감당한 사랑이 훨씬 더 컸다는 걸.
그래서 나는 이제 조금은 나 자신을 안아주고 싶다.
그 긴 외로움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믿었던 나를.
사랑이 끝난 자리에 홀로 남았던 나는
조금씩 다시, 나로 돌아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