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뿌리염색을 하면서 머리를 조금만 다듬어달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기장이 꽤 짧아진 것 같다.
아침에 머리를 감고 외출준비하면서 거울로 보니 세상에 그렇게 못나 보일 수가 없었다.
언제부턴가 긴 머리도 안 어울리고 지나치게 짧은 머리도 이상한데 그 중간 어딘가 그나마 나와 가장 어울리는 머리 기장이 있지만 10년 단골 미용실 언니는 아직 그것에 대해 예민하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다.
그냥 그 길이가 될 때까지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을 잠깐 견디는 수밖에 없다.
한참을 서성이다 마스크를 꺼내서 썼다.
보기가 한결 낫다.
역시 얼굴이 문제였어!
당분간 마스크를 다시 써야겠다.
아침도 거른 채 일찌감치 도서관 창가 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책은 보는 둥 마는 둥 글도 쓰는 둥 마는 둥
비몽사몽 살짝 졸기도 하고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며 시간을 축내고 있다.
무료한 내 시야에 마침 포착된 하나의 움직임! 그것을 따라 눈알만 부지런히 움직인다.
도서관 주차장으로 차 한 대가 들어오더니 주차를 시도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신중하게 후진하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초보운전자다.
왠지 내가 운전하면 저런 모습일 것 같아 눈을 뗄 수가 없다.
더 이상 느릴 수 없을 만큼 느리다. 그러나 머뭇거림 없이 안정되고 차분하다.
한참을 지나 드디어 완벽하게 주차를 끝냈고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나도 저렇게 하면 운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자신감마저 생겼다.
그리고 잠시 후~~~
운전석 문이 열리고 40대의 건장한 남자분이 내렸다.
대체 난 뭘 상상한 거지?
왜 초보운전자는 꼭 여자라고 생각한 걸까...
가만... 그러고 보니 초보운전이 아닐 수도 있잖아.
어쩐지 아주 느리긴 했지만 주차실력이 지나치게 완벽하다 했어.
뭐래??
한심하다 한심해!!
그걸 분석할 시간에 문장 하나라도 더 쓰지.
안 되겠다. 다음부턴 다시 3층으로 가야겠다.
창문이 멀리 떨어져 있고 3면이 가로막힌 독서실 책상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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