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다.
유리창문을 마구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로 인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다.
방구석에 몸을 찰싹 붙이고 얇은 커튼이 드리워진 유리창문을 사정없이 노려봤다.
그렇게 한참을 꼼짝하지 않은 채 벌렁대는 가슴을 간신히 가라앉혔다.
그러고 한참이 지났다.
이제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몸을 서서히 세우고 살금살금 창가 쪽으로 움직였다. 커튼 쪽으로 손을 뻗어 확 제치는 순간 미친 듯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렸고 나는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제야 유리창에 비친 형체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나방이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나방은 처음 봤다.
괴물처럼 커다란 나방은 창문 불빛을 향해 사정없이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사람이 작정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와 거의 흡사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아마 중학생이었던 것 같다.
하필 온 가족이 외출하고 혼자 집에 있을 때 겪은 일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말 지옥 같은 공포를 경험했다.
나방이라서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지만 나방치고는 정말 커도 너무 컸다.
그렇게 큰 나방은 그 후 본 적이 없다.
지금도 그때 그 여름밤을 떠올리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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