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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May 31. 2023

백세(百歲)의 나를 상상하다



100살이라...

과연 내가 그때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백 살까지 산다는 가정하에 상상이나 한번 해보자.

지금으로부터 54년 후가 되겠구나.

(이렇게나 긴 시간이 남아있다니~ 대박이다.)






어스름한 새벽 일찍 눈이 떠진 나는 잠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아침마다 산책을 한지 벌써 수십 년째다. 몸놀림이 예전보다 많이 굼떠지긴 했지만 이마저도 안 하면 정말로 꼬부랑 할머니가 될 것 같아 최대한 몸을 많이 움직이려 한다.


아침은 늘 새롭다.

젊은 날 나의 아침은 항상 피곤하고 버거웠는데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고 여유롭다.

또 하나의 아침을 마주할 수 있어서 벅차게 감사하다.

새들의 지저귐 소리와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과 드넓은 하늘과 저 구름, 그리고 이제 곧 힘차게 솟아오를 님과 그 모든 것들을 차례로 내 두 눈과 귀에 담아본다. 코끝에 스치는 봄바람 내음이 새삼스럽다.


산책을 하고 돌아와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 음악을 들으며 간단한 집안일을 한다. 남은 오전시간은 대부분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예전처럼 장시간 독서는 힘들지만 대신 오디오를 이용해서 듣기도 한다.

책은 내게 있어서 둘도 없는 친구다.


점심 식사 후 잠깐의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긴 오후가 기다린다.

차 한잔을 하며 나른한 햇살을 즐기기도 하고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그러다 심심하면 노래를 부른다. 거실 한편에 설치되어 있는 노래방 부스에서 거의 매일 몇 곡 씩 부르는데 노래 부를 때가 나는 가장 행복하다. 가끔은 동네 몇 없는 친구들을 초대해 같이 한바탕 부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막걸리에 김치전! 가무에 음주가 빠지면 섭섭하니 같이 세트로 해줘야 제격이지.

 


살아서는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 하나 때문에

그리운 맘 눈물 속에

난 띄워 보낼 뿐이죠



스치듯 보낼 사람이

어쩌다 내게 들어와

장미의 가시로 남아서

날 아프게 지켜보네요


따라가면 만날 수 있나

멀고 먼 세상 끝까지

그대라면 어디라도

난 그저 행복할 테니.


아련한 멜로디 속에 하루가 저물어간다.



가끔은 내가 백 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 나이에도 건강하게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살수록 재밌어지는 이 삶이 눈물 나게 감격스럽다.

이만하면 잘 살았다. 만족스럽다.

오늘이라는 선물을 과연 내일도 받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 살아있음에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 2077년 봄날의  어느 백세노인을 상상하며 --




#백세시대 #수명 #백세의나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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