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 딸은 참 꿈이 많아.
노래도 부르고 싶고 작가가 되고 싶기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싶어.
근데 할아버지는 나 보고 선생님이 되라고 하셨어.
하고 싶은 건 너무너무 많은데 내게는 다 그림의 떡이지.
현실은 논밭을 오가는 시골아이가 돼버렸어. 학업도 제대로 못 마친 채.
할머니, 할아버지는 드디어 내일 출국하신대.
고모가 보낸 초청장으로 까다로운 서류절차를 모두 마쳤어.
시골동네에선 큰 이슈야.
너도나도 가고 싶은 한국땅에 두 내외가, 그것도 재혼한 지 얼마 안 된 노부부가 딸의 초청으로 버젓이 다녀올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부러운 일이지. 불과 재혼할 때만 해도 그렇게 말 많던 사람들이.
시끌벅적 배웅을 받으며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렇게 떠났어. 밤기차를 타고.
내일 대련에 도착해서 그곳에서 인천행 여객선을 탈거래.
멀어져 가는 기차를 향해 오래오래 손을 흔들었어.
엄마 아빠와 헤어질 때만큼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큰 걸까
크기를 알 수 없는 슬픔을 안고 텅 빈 시골집에 돌아왔어.
이제부터는 막내삼촌하고 살아야 하는 거랬어.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