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by 순임이


아빠와 헤어진 지도 벌써 10년,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

평생 천식과 심장병으로 고생하던 할아버지는 결국엔 치매를 앓다가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

식구들을 너무 힘들게 해서인지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아.

화가 나면 온 동네 떠나가라 소리 지르고 몸이 아파서인지 늘 괴팍하기만 했던 할아버지, 아빠의 아버지는 그렇게 예순을 겨우 넘기고 돌아가셨어.


할아버지 잘 만나셨어 아빠?


그리고 몇 년이 흘러 할머니는 재혼을 하셨지. 동네 노인회 회장인 그분은 할머니보다 열 살이나 많았지만 참 멋있는 거 같아. 할머니랑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몰라. 할머니가 행복해해서 참 다행이야.

동네에선 난리도 아니었지. 결혼 안 한 노총각 아들도 모자라 손녀까지 데리고 다 늙어서 재혼한다고 얼마나 말이 많았겠어. 근데 그걸 다 잠재우고 두 분은 살림을 합쳤어. 동네잔치도 벌어졌었지.

암튼 대단하신 분들이야 그치 아빠?

늘 부산스럽고 을씨년스럽던 집이 새 할아버지가 들어오면서부터 화기애애해지고 집다운 집이 되었어.



참, 고모는 한국에 갔어.

그곳에 살고 있던 고모 친구로부터 남자를 소개받아 국제결혼을 했거든.

고모부는 딱 한번 인사차 다녀갔는데 그냥 전형적인 보통의 한국아저씨처럼 생겼어.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단단한 체격, 하얀 피부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일 년 정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다가 결혼을 결심하고 고모를 초청해 가더라고. 결혼식 사진이랑 살고 있는 집 사진을 보내왔는데 너무 예뻤어. 드레스 입은 고모도 이쁘고 살고 있는 신혼집도 좋아 보였어.

고모는 지금 임신 중에 있대. 곧 할머니랑 할아버지도 초청해 간다고 하는 것 같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벌써부터 들떠있어. 오매불망 한국땅을 밟아 볼 기대감에, 딸 사는 모습 볼 기쁨에 벌써 취해계신 거 같아.


다들 기쁜데 나만 우울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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