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부엌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줄담배를 피우고 있던 아빠.
나는 안방과 부엌사이에 난 조그마한 유리문으로 그런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어.
그 모습이 너무 슬퍼 보였지만 나로선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엄마와 아빠사이에 감도는 그 날카로운 기류를 어린아이도 눈치챘던 거겠지.
아주 오랫동안 지켜보다가 잠들었는데 그게 아빠의 마지막 모습일 줄은 정말 몰랐어.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구경하듯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을 텐데.
아빠의 그 모습이 아주 오랫동안 날 힘들게 했어.
그 장면만 떠오르면 가슴이 아프고 내가 정말 못된 아이가 된 것 같아서.
그렇게 아빠는 우리 곁을 떠났어. 유서 몇 장 남겨두고.
엄마는 남편 잡아먹은 년이 되어버렸고 우리는 아빠 없는 애들이 되었지.
아빠가 나한테 쓴 유서에는 엄마 따라가 살아도 된다고 했지만 난 할머니를 따라갔어.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어. 정신줄을 놔버린 엄마 옆에 내가 있을 자리는 없었거든.
젖먹이 동생을 데리고 다시 친정으로 들어가 살게 된 엄마의 삶도 불 보듯 뻔한 거니까.
어떤 마음이었어 아빠는?
조금은 홀가분했어?
후회하지는 않아?
우리 자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가야만 했던 아빠 심정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아서
몇 년에 한 번씩은 나도 가슴 치며 울 때가 있어. 그러니 엄마는 말해 뭐 해.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다가도 아빠,
그래도 살아는 있었어야지.
어떤 모습으로든.
안 그래?
그렇게 무책임하게 가는 게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