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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May 15. 2023

그놈에 체육시간

스승의 날 떠오른 기억 하나

학교 다니는 내내 체육시간이 문제였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보통 세 번은 빠짐없이 시간표에 그놈의 체육시간이 들어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시간은 툭하면 다른 시간으로 잘만 대체되던데 체육시간은 그렇지도 않았다.

꼬박꼬박 돌아오는 그 시간이 나에겐 정말이지 지옥 그 자체였다.

체육시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게 다 싫었지만 특히나 백 미터 달리기는 압권이었다. 특별한 기교 없이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면 되는데 나에겐 그것조차도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것 같다.

체육선생님이 분명 따로 계셨는데 왜 그날은 담임선생님이 직접 체육을 담당하셨는지 모르겠다.

담임은 나이 지긋한 여자선생님이었는데  어찌나 열정이 넘치시는지 아이들이 뭘 못하는 꼴을 두고 보질 못했다.


 백 미터 달리기를 그날 나는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선생님은 끝없이 '다시! '를 외쳤고 나는 그저 달리고 또 달렸다.

선생님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아주 안타까워하면서 반에서 달리기를 제일 잘하는 남자아이랑 함께 뛰게 했다. 선생님의 뜻이 뭔진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지만 잘 뛰는 애랑 같이  달리게 하는 건 자극이 아니라 나를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대체 뭐가 문제냐며  답답해하는 선생님에게 어떤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제가 자세히 봤는데요. 쟤 보폭이 엄청 커요. 그래서 더 느려지는 게 아닐까요?"


누군지 기억은 안 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저 말이 기억나는 걸 보면 그날 체육시간 내내 내가 요주의 인물이었던 건 틀림이 없다.

선생님이 오죽 답답해했으면 아이들이 중구난방 자기 의견을 말했을까 싶다.


선생님 성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우리 엄마의 담임이기도 했던 김원실선생님!


꼴찌를 내버려 두지 않았던 선생님의 고집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서였을까...

그 후 나는 매일 아침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동안 꽤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달리기 속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키는 쪼매 커졌다는 거다.


그 난리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 선생님이 밉지 않았다.

못하는 내가 그저 속상하고 답답했을 뿐.


못하는 것만 지적하는 게 아닌,

잘하는 것도 귀신같이 발견해 내고 치켜세워주시는... 따뜻하고 멋진 선생님이란 걸 그때도 알았던 걸까..!


가끔 선생님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달리기를 지지리도 못했던 그때 그 제자는 달리기를 잘하는 딸아이를 낳고 엄마 안 닮아서 다행이야 하며 낄낄대며 지난 이야기를 해봅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선생님!!



#스승의날 #체육시간 #추억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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