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에 대한 짧은 이야기
“야 이 개새끼야!!!”
“이 시벌 넘이!”
어느 찌는 듯이 더운 날, 아마 여름이 시작되려는 시기였지 싶다. 지하철은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어김없이 모여있다. 그 무리 속에서도 특히 한 곳이 매우 소란스럽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살펴보니 30대로 보이는 남자 한 명과 20대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덤빌 듯이 쳐다보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 사람들 왜 저러는 거에요?”
나는 50대로 보이는, 조금 말 걸기 만만하게 보이는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그분은 마치 대답하길 기다렸다는 듯이 상세히 말을 해주었다. 내용을 짧게 정리하면 저 두 사람이 서 있던 열차 칸 근처에 즉석 복권이 한 장 떨어져 있었고, 남자가 그 복권을 확인했더니 무려 5억 원에 당첨된 복권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 그걸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싸웠다는 이야기였다.
“야, 최은영. 복권 당첨된 거, 왜 말 안 했어?”
“미친놈이, 평소에 그렇게 좀 니 여친이나 챙기지 그러셨어요.”
응? 방금 대화를 듣고 상황을 살펴보니 둘은 연인 관계로 짐작된다. 아니, 이제서야 그게 떠올랐다니. 싸움에만 정신이 팔려 그 둘의 복장을 보지 못한 게 정말 바보 같군. 둘은 대놓고 커플티를 입고 있었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밤샘을 했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
사랑싸움인지, 아니면 복권을 둘러싼 진지한 논의인지 얼마간의 말다툼이 있었고, 결국 둘은 강남역에서 하차했다. 아주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한반도의 남북관계 마냥 둘은 냉전 상태를 유지한 채 밖으로 나갔다. 콜로세움에서의 치열한 전투를 옆눈으로 몰래 감상하던 관중들은 다시 자신의 세계로 침전하기 시작했고, 지하철은 다시 고요함과 긴장감을 반씩 섞은 칵테일 마냥 매력적으로 섞여갔다.
하지만 나는 봤다. 두 명이 지하철 문을 벗어나면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마냥 서로에게 손으로 잽을 날렸고, 그 순간 복권이 밑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나는 한 마리 맹수처럼 발을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 만약 아프리카의 치타가 나를 봤다면 형님으로 삼았을 것이다. 나는 복권이 내 발 밑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환희와 즐거움, 그리고 친구들에게 기말이 끝나고 사줄 술집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매우 신중하게 발바닥을 들어 올렸다. 수줍은 샌님 마냥 복권 용지는 고이 놓여져 있었고, 나는 그걸 펼쳐 다시 확인을 했다. 같은 모양의 과일 두 개가 가로로 정렬되어 있고, 맨 오른쪽에는 5억 원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나는 복권을 재빨리 윗옷 안주머니로 숨겼다. 그리고 간첩이 된 것 마냥 지하철 구석 끝으로 가 등을 기댔다. 조심스럽게 다시 꺼낸 복권은 밟았던 방향으로 구겨져 다소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복권 뒷면이 자연스레 보이며 드러난 확연한 발급 기한. “2019년 3월 6일.”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