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공항은 처음이지?

그렇다고 한다

by 얀얀

vol 2. 어서 와 공항은 처음이지?


vol 2. 어서 와 공항은 처음이지?








관대함은 무슨. 이미 마음이 쪼그라들고 있었다. 비행기 티켓을 싸게 사면 뭐 하나, 타지를 못하면 뭔 소용이라고.

가족들은 거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어찌나 태평한지.

여행 간다고 몇 안 되는 지인들에게 이미 자랑 다 해놨는데.이런 한심이, 마구 욕하고 주어 패고 싶은 나 자신.

밥을 먹고 나가야 멀미 안 할 텐데, 라는 생각이 스치고, 새벽에 눈 뜨면 뭐부터 준비한다고 했더라, 기억이 안 나는 와중에, 현관에서 신발을 대충 걸친 나는 뛰고 있었다.


공항버스를 타는 곳이 근처에 없기 때문에, 먼저 집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공항버스를 타는 곳으로 가는 새벽 첫 차를 꼭 타야 했다.


택시를 타지 그랬냐,라고 혹자가 묻는다면,

"세리에 A팀에 들어가서, 시합에서 골을 터뜨리고 오라"

라는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 'GO'의 명대사로 응수하겠다.


비 내리는 어느 새벽, 짐승 같은 숨을 몰아 쉬며 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기사님은 내 꼴을 보며 다정히 웃어 주었다. 너무 숨이 차서 못생기게 일그러진 얼굴로 나도 웃었다.

아, 탔다. 살았다. 여행 첫날, 나는 웃고 있구나. 나, 대만 갈 수 있다.




그리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나는 곧 깨달았다. 나는 촌스럽게도 엄청 빨리 공항에 도착한 것이었다.


" 엄마, 촌스럽게 그런 거 다 챙겨가고 그래?

가면 다 있어~ 다 사람 사는 데야."


내가 잘못했다. 이 방구석 만물박사, 누가 누구에게 훈수를 둔 단 말인가. 앞으로 엄마가 여행 갈 때 시건방진 입놀림을 하지 않겠다.

보딩패스를 받고, 짐 부치고, 기내로 가지고 갈 짐들을 검사받았다. 다 했는데, 시간이 너무나 많이 남았다. 설레는 마음을 품고 면세점 구경까지 꼼꼼히 다 했는데도, 여전히 놀랍도록 여유가 있는 것이다.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마저 뭉텅뭉텅 비행기를 타러 빠져나갔다. 솔직히 말해, 지겨울 지경이 됐다. 지금 집에서 나왔다면? 그래도 됐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새벽의 소동이 어스름 마음에 스며들었다.




인천에서 타이베이까지의 비행은 두 시간 반 남짓. 가만, 우리 집에서 공항까지 얼마나 걸렸더라. 흠.

아무튼 무사히 비행기는 탔다. 짧은 비행이지만 기내식도 받아 허겁지겁 먹었다. 새벽부터 긴장한 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한 숟갈 밀어 넣었을 때 알았다. 아, 나 배고팠네.

대만 여행 가이드북을 펼쳤다. 첫날 숙소는 예약해 두었다. 타오위안 공항에 내리면 타이베이 시내까지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대중교통 안내 페이지를 읽고 있을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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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가는 건가요?"


옆자리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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