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태양을 피하는 나만의 방법은 성당을 찾아 들어가는 일이다. 어떤 이유에서 일까? 성당 출입문 가까이만 가도 마치 지하 동굴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킨다. 묵직한 문지방을 넘어 성당 안으로 안착. 아! 이곳이 천국이다. 여긴 진정 오아시스이며, 시원함을 넘어선 싸늘함의 극치이다.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성당이 있다. 각 마을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 성당은 그 마을이 형성될 때 가장 먼저 지어진 건물일 듯하다. 신의 존재에 대한 위대함과 경외심으로 사람들을 이끌었으며, 마을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 그들의 후손들에 의해서 성당은 완성되었을 것이다.
성당을 들어서면 짜릿한 시원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오래된 시간의 향이 온몸을 감싼다. 아주 옛날의 냄새, 시간을 거스르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의 묘약을 마시기라도 한 듯한 야릇한 냄새, 켜켜이 쌓인 역사의 냄새가 가득하다. 마치 과거의 성인들이 여전히 이곳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긴 시간을 이어온 성당의 건축물과 장식물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다. 그리고 과학적이며, 섬세하다. 먼지가 쌓이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차곡차곡 시간에 시간을 더해 하나씩 쌓여서 지금까지.
의자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높이 들어 천장을 바라보고, 그 옆에 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보다가, 장엄하게 서있는 기둥을 보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나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단짝이 되어버린 각 마을의 크고 작은 성당들. 신이 중심이었던 그 엄숙했던 옛날의 모습도, 과거의 영광과 그 찬란했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현재도 사심 없이 아름답다. 성당엔 계절도 없고, 평안하며, 평화로움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