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빨강, 주황, 노랑......
별, 달, 나비같은......
가을이다.
그렇게 가을 나뭇잎은, 혹은 가을은, 형언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빛깔을 갖고 있다.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한때, 가을을 좋아한 적이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끈적한 여름을 안녕하고, 선선한 바람이 살갗에 드는 가을 아침 공기를 좋아한 적이 있다.
하늘도, 땅도, 하늘과 땅 사이도 모두 온통 푸른 빛으로만 물들던, 그 여름이 질릴 때 즈음 나뭇잎에 물든 가을, 갈빛을 좋아한 적이 있다.
또는, 우수에 찬 여자의 고독을 담고 싶어 고독과 닮은 가을을 좋아한 적이 있다.
시간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다시 흐르고 흘러, 가을이 왔다.
열심히 맺었으니, 이제는 떨어져야 할 때.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떨어져야 다시 맺을 수 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지난, 지지난, 그 옛날 어렴풋한 어느 때 새겨놓고 담아두었던 추억들이 갈빛으로 몸부림하며 불타고 있다.
떨어지기 위하여.
다시 맺기 위하여.
타고 있는 가을에 흠뻑 취해 우리도 함께 가을을 타야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