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는 그렇지 않으나 일부러 그렇게.
사연이 깊을수록, 생각이 깊다. 생각이 깊을수록 수많은 말들은 날개를 접고 심연을 향해 웅크린다.
침묵.
나를 숨겨 포장할 수 있는,
혹은 내밀한 곳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시간.
...그렇게 현재를 인내하는 유일한 수단.
그래서, 침묵은 더 많은 말들을 담고 있다.
보고 싶다. 는 것.
말하자면, ‘눈 감을 밖에’ 없는 그리움이란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하고 싶은 말들을 모두 삼키고, 눈짓, 손짓, 몸짓, 모든 무의미한 짓들을 삼키고,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을 삼킨 채 ‘차마 눈을 감는다.’ 는 것은?
침묵한다는 것이다.
침묵으로 내 안의 그리움을 감당하겠다, 혹은 감당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침묵에는 보이지, 들리지 않는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
네 꿈을 꾸면서 날을 샜다. 새삼스럽지 않은 일, 그리고 그런 날들.
꿈속의 너는 울면서 내 앞에 서 있는데...
손을 뻗으면 닿을 그 곳에서 짐짓 외면하고 있다.
꿈속에서도 나는 너에게 침묵을 들려주고 있으니, 들을 리, 볼 리 만무한 침묵의 전언.
바람처럼 어려운, 기약 없는 ‘서방님’을 기다리는 ‘푸른 그리움’, ‘춘향의 마음’은 어떠한가.
오지 않는 임,
서러움에 ‘물살 짓는 어깨’,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그리움’,
침묵과 그리움이 한이 되는 시간, 그렇게 춘향의 마음은 ‘수정빛’이다.
그리움의 본질은 침묵이다.
‘너’의 부재, 그러므로 안으로, 안으로만 밀려드는 온갖 말들.
그것이 그리움의 숙명이다.
내밀한 곳에 꽁꽁 진심을 넣어두고,
말없이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알 것이다. 알아야 한다.
허투루 흐르는 시간이 없다, 가도 있다.
모든 순간들이 의미가 있다, 가도 없다.
스스로 너를 놓고 돌아섰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내 곁에 남은, 보이지 않는 네 그림자를 끌어안고 있다.
코끝을 스치는 스러져가는 네 향기를 끌어안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의미가 있다가도, 없는 날들이 가고 있다.
시끄러운 침묵이 나를 괴롭힌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