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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PD Dec 08. 2019

방송제작PD가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

독한PD 에세이


2019.12. 4


 유튜브<독한PD>채널의 새로운 코너 [성장다큐멘터리](가제) 첫 촬영을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성장인터뷰]는 내가 출연자를 찾아가서 1시간 정도 인터뷰하는 촬영이라면 [성장다큐멘터리] 코너는 며칠 동안 출연자의 일상을 일거수일투족 담아야 한다. 그 일상을 통해 주인공이 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 그리고 남들이 모르는 주인공만의 애환을 담을 예정이다.


 [성장다큐멘터리] 첫 회 주인공은 고등학교 중퇴 후 배달부의 삶에서 연봉 1억 스마트 강사가 된 박현근 강사님의 스토리다. 촬영을 위해 새벽 5시 반에 일어났다. 박현근 강사님은 보통 아침 7시부터 하루가 시작되기 때문에 하루의 시작을 담으려면 강사님보다 더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다. 오늘 촬영 내용은 아침에 오토바이를 타고 집을 나서서 강남에 있는 영어 학원에 가서 영어 공부하는 모습을 담았다.


 한 편의  방송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스태프는 몇 명일까? 프로그램의 장르에 따라 다르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연출, 촬영, 음향, 진행 등 스텝들만 족히 50명이 넘는다. 하지만 이에 비해 교양정보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는 연출하는 PD와 조연출 그리고 촬영 감독 이렇게 소수 정예부대로 움직인다. 촬영 감독 대신 PD가 촬영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교양 다큐멘터리 PD는 촬영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아니 능숙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특히 다른 분야에 비해 'PD'라는 직업은 방송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스갯소리로 '피(P) 터지고 더(D) 러운'의 약자라고 할 정도로 육체적인 노동(촬영)과 정신적인 노동(편집)이 함께하는 말 그대로  '극한'직업이다. 보통 TV에  방송이 나갈 때쯤 담당 PD는 수일을 편집하느라 밤을 새워서 몰골은 말도 못 하고 에너지는 완전히 방전된다.


 그런데 겨우 구독자 150명이 될까 말까 한 유튜브 채널에 휴먼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업로드하겠다고?

솔직히 나도 걱정은 된다. 지금 당장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고 본업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휴먼다큐멘터리는 촬영과 편집 작업에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촬영해야 한다. KBS인간극장은 3주를 촬영한다고 한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출퇴근이 일정한 것도 아니고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가면 프로그램에만 매달려 '고목나무 매미'처럼 울어야(프로그램을 생산해야) 사는 삶인데.. 미치지 않고서야 유튜브에 업로드할 휴먼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은 분명하다. 이런저런 '고민'이라는 녀석들이 나의 뇌 끝에 달라붙어 질겅질겅 씹어대며 아우성치고 있을 때 우연히 시청한 유튜브 채널 <역대 최고> 운영자의 말 한마디가 '고민'들을 퉤하고 뱉어내게 했다. 바로 '성공한 인생'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성공한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내가 꿈꾸는 미래에서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것"


이 말이 내 열정에 불을 지폈다.


 내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가? 바로 내가 만든 콘텐츠로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12년간 방송국에서 주는 제작비로 제작사에서 연출료를 받으며 방송 제작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보는 관점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내가 '제작사 대표'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자."

"내가 만든 콘텐츠를 유튜브를 비롯 많은 동영상 플랫폼에 꾸준히 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더군다나 유튜브 콘텐츠 저작권은 나에게 있기 때문에 더 메리트가 있다. 원본을 가지고 얼마든지 2차 3차 콘텐츠 재생산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영상으로 시작해서 출판과 강연까지 이어질 수 있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


 PD 선배들 중에도 본인 작품을 제작해서 방송이 아닌 다큐멘터리영화(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로 개봉하거나 해외 방송국에 콘텐츠를 파는 경우도 있다. 나에게 시작은 유튜브지만 이 도전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이루어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게 너무 재밌다.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자식 같고 잘 키우고 싶다. 작은 상점의 대표가 된 느낌이랄까? 이 상점에서 나만의 고유한 색깔을 입혀 상품을 잘 만들고 많은 소비자들이 내 상품을 소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상품으로 도움이 되고 행복해졌으면 한다.


 이게 바로 내가 꿈꾸는 미래이고 <역대 최고> 운영자의 말처럼 조금씩 성공한 인생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 본업과 더불어 내 콘텐츠를 제작하느라 그 어느 때보다 바쁘지만 행복한 이유이다.



'꿈'이 있기에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꿈'이 있기에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 버팀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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