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헤어짐의 말

독한 PD 에세이

by 독한PD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조연출 후배가 일을 그만두게 됐다. 방송일을 한 지 6개월. 왜 그만두냐고 물었더니 후배는 생각했던 것보다 페이도 적고 일처리가 더뎌서 육체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이 함께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방송일은 맞지 않고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이제 20대 후반이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그 후배를 잡고 몇 개월만 더 해보고 다시 결정해보라는 조언을 했을 것이다. 지금은 후배의 결정을 존중한다. 워낙 방송일이 힘들고 고되다 보니 조연출 후배들이 그만두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나는 3개월간 함께 일했던 후배와 헤어지게 됐다.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늘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

군대 선후임병들

13년째 여러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며 함께 일했던 동료 PD와 작가들


그리고


내가 촬영했던 출연자들


12년 전 조연출 시절, 제작하던 프로그램이 종영된다는 소식을 듣던 날. 어찌나 슬프던지. 나의 첫 프로그램이었기에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며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제작을 했었다.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동료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마지막 회식 후 메인 작가가 나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었다.


"승용 씨 고생했어. 우리 또 만나자.”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건넨 인사였지만 살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마지막 인사였다. 25살이었던 나에게 '또 만나자'라는 말이 '밥 한 끼 먹자'라는 말보다 훨씬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그 이후로 메인 작가를 보지는 못했다.


며칠 뒤 나는 그만둔 조연출 후배에게 카톡을 보냈다.


“고생했다. OO야. 너의 다음 스텝을 응원한다. 또 만나자!”


후배와 나는 잠깐이나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수도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른다. 그래서 아름다운 헤어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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