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처럼 안 되는 게 삶이다

독한PD 에세이

by 독한PD

내일 방송 프로그램 촬영이라 전주로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걸려온 다급한 전화 한 통.

담당 작가였다.


“PD님 내일 비 온대요. 촬영 접어야 할 것 같아요”


작가의 말의 나는 당황스러웠다.


“네? 뭐라고요? 지금 전주까지 130Km 남았는데... 비가 많이 온대요?”


난감했다. 작가는 기상청까지 확인해서 비가 많이 올 거라며 재차 이야기했다. 더군다나 내일 촬영은 비가 오면 촬영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다시 운전해서 서울까지 갈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내일 촬영을 하면 다음 주에 촬영을 하지 않았도 되는 스케줄이라 더욱 아쉬움이 밀려왔다.


“어쩔 수 없죠… "


나는 힘 빠진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늘 그랬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내 계획대로 착착 이루어지면 좋으련만. 삶에는 항상 변수가 생긴다. 예전 같았으면 전화를 끊자마자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이 상황을 탓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목소리에 힘은 빠졌지만 전화를 끊고 차분하게 생각해본다.


“촬영이 순조롭게 이어졌으면 다음 주에 촬영을 가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대신 내일 시간을 내 시간으로 쓸 수가 있겠구나.

내일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저녁 8시 반. 차를 돌려 가까운 휴게소에서 늦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노트북을 펴서 이 글을 적고 있는 중이다. 촬영이 취소됨으로써 오히려 글 한 편을 적을 수 있게 됐다. 작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전주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씻고 하다 보면 피곤해서 글을 적지는 못했을 것이다.


삶을 살면서 내 마음대로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가?


긍정적인 태도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상황을 찬찬히 살펴보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내일 촬영이 취소된 대신 나는 내일 하루를 온전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밀렸던 다른 업무를 볼 수도 있고 유튜브 하나를 업로드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이렇게 글도 쓰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다음 주에 비 안 오는 날 다시 기분 좋게 전주에 가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해서 상황을 탓하고 누군가에게 화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이 우리에게 준 소중한 시간들은 강물처럼 매일 흘러간다. 그 흐름에 맡겨 흘러가게 하자.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이루어지면 감사한 마음으로 흘러가게 하자.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으면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다시 흘러가게 두자.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하게 흘러갈 수 있다.


글을 마치고 서울로 향한다. 내일은 나를 위한 시간으로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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