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를 대하는 PD의 태도

독한PD에세이

by 독한PD

“질문하는 목소리가 왜 이렇게 건방지니?”


예전 EBS극한직업팀에서 편집할 때 에피소드이다. 막판 편집 작업을 팀장 선배와 함께 하던 중이었다. 촬영 원본을 돌려 보던 중 팀장 선배는 나에게 출연자에게 질문하는 태도가 건방지다고 했다. 노련한 팀장 선배는 현장에서 질문하는 내 목소리의 톤만 들어봐도 내가 어떤 태도로 촬영했는지를 알기라도 하는 걸까? 나는 가슴이 뜨끔했다. 나는 출연자와 촬영하는 담당 PD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출연자를 살갑게 대하기보다는 조금은 사무적으로 대해왔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촬영 화면 속 질문하는 내 목소리 톤은 차가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당시 방송 시작한 지 6년 차였던 나는 팀장 선배에게 다큐멘터리 제작할 때 출연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여러 조언들을 얻을 수 있었다.


"출연자를 너의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너의 형이라고 생각해봐. 그리고 너의 가족이라고 생각해봐. 그러면 그들을 대충 촬영할 수 있을까? 너의 가족이니 하나라도 더 취재하고 촬영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겠니? 그리고 그렇게 그들이 마음을 열면 인터뷰의 내용이 달라지지 않을까?"


휴먼 다큐멘터리는 출연자들이 살아온 감정적인 부분을 인터뷰로 잘 이끌어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걸 이끌어내는 것은 현장에서 촬영하는 PD의 몫이다. 출연자가 아무리 사연이 좋아도 인터뷰에서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마음을 열지 않고 사무적으로만 인터뷰를 한다면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는 힘이 빠진다. 출연자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정말 편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꺼낼 때 그 마음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날 이후 나는 뼈저리게 반성을 했고 출연자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 출연자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촬영을 하지 않을 때는 카메라를 놔두고 출연자들의 일손을 돕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고 저녁에는 함께 막걸리도 한잔하며 형님 동생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진짜 이야기도 들어보기도 했다. 다음 날 촬영할 때 나를 대하는 이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엊그저께만 해도 내가 질문하면 짧게 대답하기만 했던 그들이 부드러운 태도로 또는 자상하게 내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주었다. 검정 점퍼 입고 서울에서 온 낯선 PD가 사람 좋은 서울 동생으로 포지션이 바뀌어서 였을까? 잠시 촬영을 쉴 때 그들은 지인과 전화통화하다가 넌지시 자랑하기도 한다. PD 동생 생겼다며.

나는 EBS 극한직업 프로그램 제작을 그만둔 지 6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출연자들과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가끔 통화를 한다. <막걸리 공장> 편 촬영했던 출연자는 연말만 되면 막걸리를 보내준다. 언제든 막걸리 필요하면 전화하라는 말과 함께. <약초꾼>편 촬영했던 출연자도 작년에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 암에 좋은 여러 약초들을 보내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내가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하니 선뜻 유튜브 출연에도 허락을 해주기도 했다. 정말 고맙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하고 촬영하는 PD로서 오랫동안 일을 해오며 출연자를 대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들에게는 처음 텔레비전에 나오기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추억을 만들어주는 PD가 소통이 되고 인간적으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어쩌면 서로를 응원해 주는 평생의 관계로도 남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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