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힘을 내어주시길
당신은 꽤나 무거운 목소리로 조심조심 한 마디씩 내뱉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한없이 가라앉은 목소리에 나는 놀라 묻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당신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냥 요즘 당신을 둘러싼 일들이 마냥 힘겹다 합니다. 당신의 인생을 지탱해준 축들이 동시에 무너진 듯한 기분이라 흡사 마음의 병을 얻은 듯하다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에도 당신은 동일한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당신의 삶에 내가 유일한 기대라며, 그때 그걸 견디게 해 준 게 나라고 했지요. 근데 이렇게 또 나락으로 꺼져버리는 듯한 당신을 보면 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질 못하는 것 같아요. 그저 잠시 위로만, 위안만 되어줄 뿐이지 축 쳐진 당신 앞에서 저는 한없이 무력하기만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당신의 삶에 어떠한 축도 못 되는 걸까. 힘든 당신 앞에서 이런 어리광을 부려봐야 당신만 더 힘들어할 듯 해 말을 아꼈습니다.
그치만 서운함이 남습니다. 당신이 삶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그 축들 중에 부디 나도 카운트해주시길. 그래서 더 힘을 내주시길.
또, 잠든 그댈 위해 기도하는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