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5년... 동물원을 나와

에필로그

by YY

동물원 사무실에 앉아 일하던 어느 봄날이었다. 사무실 창문 밖을 바라봤다. 바깥 풍경은 한없이 푸르른 숲과, 때에 맞춰 환하게 핀 꽃들로 가득했다. 어느 회사의 사무실 창문도 이만한 풍경은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창밖 풍경은 대부분 진짜 숲이 아닌 빌딩 숲 이리라. 도시인들은 인공 건물에서 뛰쳐나와 진짜 숲 내음을 맡으러 동물원에 온다. 멀리 떠나지 않는 이상, 이런 자연은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동물원은 자연을 보는 창'이라 한다.


동물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들에게 동물원은 아이가 좋아하는 곳, 또는 휴식처다. 동화책에 나온 동물들을 직접 눈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현실에서 벗어나 색다른 세상을 경험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들을 즐거운 동물원으로 이끈다. 반면 다른 느낌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책 '동물원'은 여느 밝은 동화와는 다른 동물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가족이 동물원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즐겁지 않다. 동물원을 구경한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곳이 아닌 것 같아. 사람들을 위한 곳이지.' 그날 밤 아이는 동물처럼 철장 안에 갇혀 있는 꿈을 꾼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박노자 교수는 동물원 동물들이 무죄의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그에게 동물원은 인간의 야만성을 보여주는 제국주의적 과학성의 상징이다.


나에게 동물원은 인간을 보는 창이다.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하는지 때로는 세련되게, 때로는 거칠게 보여준다. 우리의 시야는 갇혀 있는 동물원 동물이 볼 수 있는 시야만큼 좁다. 동물원에 온 사람들은 동물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동시에 동물을 보고 있는 자신 또한 이해하지 못한 채 도시로 돌아간다. 동물원이 자연을 보는 창이라면, 동물원을 통해 보는 자연의 크기는 딱 그 창만큼일지 모른다.


밖에 서 본 동물원과 안에서 본 동물원은 달랐다. 동물원에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일한다는 것도 알았다. 들어간지 얼마 안되었을 때였다. 한 사육사가 자신은 동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했다. 농담인 줄 알고 웃었다가 그게 아닌 걸 깨닫고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도 동물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다. 도시 한가운데 섬처럼 남은 이곳의 자연과 동물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의문은 항상 있었다. 현대의 동물원은 사람들이 그 창 너머 진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있을까? 아니면 동물원 모두가 태생적 한계에 갇혀 있는 걸까? 지금을 사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동물들에게 동물원이란 어떤 곳일까? 동물원 밖에 있는 도시의 동물들, 야생의 동물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결국 이런 질문들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5년간 몸담았던 동물원을 그만두었다. 넓은 세상 사람들과 동물들을 만나려 창문을 뛰어넘었다.


IMG_5595.JPG Bronx Zoo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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