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타만 사파리
며칠 전 황당한, 그러나 언젠가 나오리라 예상했던 뉴스를 접했다. 인도네시아의 한 동물원에서 어떤 사람이 하마 입 안으로 플라스틱 생수병을 던졌다는 기사였다. 익숙한 동물원 모습에 자세히 보니 역시 2015년에 갔던 인도네시아 타만 사파리였다. 이 곳은 방문객이 직접 차를 몰고 들어가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 그 사람이 차창 밖으로 던진 물병은 하마의 큰 입 안으로 들어갔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뒤에 있던 사람들이 이를 동물원 측에 알려 하마는 다행히 무사할 수 있었다. 영상에 고스란히 찍힌 차 번호판으로 병을 던진 사람을 찾았는데,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며 사과했다. 실수로 하마 입 안에 병을 정확히 던진다... 그런 확률이 얼마나 될까?
2017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무개념 방문객이 먹이를 주는 척하면서 동물들의 입에 술을 넣는 영상을 찍어 SNS에 올렸다. 이 때도 하마가 피해를 입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908941&code=61131311&cp=nv
호랑이나 사자 같은 동물들은 전책으로 막아 놓아 접촉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얼룩말, 사슴, 누같은 초식동물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먹이를 위해 방문객에게 접근한다. 사람들은 입구에서 당근 같은 동물용 먹이를 구입한다. 하마는 못 넘어오게 구조물로 막아 놓았지만 쉽게 먹이를 받아먹을 수 있는 위치다. 문제는 사람들이 동물들에게 무엇을 주는지 세세히 감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먹이를 팔지 않고 먹이주기를 전면 금지한다면 앞서 일어난 일들이 생길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럼에도 타만 사파리는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면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을 탓한다. 물론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은 분명 잘못됐고 벌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판을 깔아 놓은 것은 사파리 측이 아닌가?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들의 몫이다. 동물들은 먹이를 먹으려고 입을 벌리거나 차 안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사람들도 다칠 수 있다.
이런 사파리는 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풀이 자라 전책에 닿으면 전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매일 풀을 잘라야 한다. 2018년에는 풀을 깎던 타만 사파리 직원이 수마트라 호랑이에게 공격을 받아 죽은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그동안 사람들이 던진 쓰레기를 먹고 죽은 동물원 동물들의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다. 먹이주기를 금지한 곳에서도 이런 사건들은 허다하다. 동물들의 뱃속에서는 동전, 운동화, 비닐, 물티슈, 페트병이 나왔다. 왜, 도대체 왜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할까? 행운을 기원하며 동전을 던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다른 존재를 해칠 수 있는 그 행위가 자신에게 행운으로 돌아올까? 단순하지만 잔인한 호기심, 동물의 반응을 보고 싶은 욕망, 동물에 대한 무지, 그런 행동을 막지 못하면서도 먹이주기를 허용하는 동물원의 무책임, 인력 부족, 환경적 원인 제공이 모여 이런 결과를 낳는다.
이런 일들은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곳곳의 동물원에서 일어난다. 중국의 한 동물원에서 한 방문객이 사자에게 봉지째로 팝콘을 던져 넣고 웃고 있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물원에서 일하면서도 종종 그런 모습을 보거나 듣곤 했다. 특히 바쁜 주말이면 사육사들은 개념 없는 방문객들을 말리느라 고생이었다. 호주 애들레이드 동물원 사자사에 갔을 때는 울타리 높은 곳에 걸린 후라이드 치킨을 본 적 있다. 누군가 던졌지만 울타리 구멍이 작아 다행히 사자에게 닿지 않았다. 익힌 닭뼈는 날카롭게 쪼개져 위장관에 구멍을 낼 수 있다. 넘어갔으면 큰일이 날 뻔했다. 걸려있는 닭날개가 마치 인간의 못난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괴한 작품처럼 보일 정도였다.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무리 시민 의식이 발전했다 한들 이런 사건들은 계속 보도된다. 과연 동물원이 동물들을 존중하는 법을 잘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일까? 야생동물을 가두고 그것을 보며 즐거움과 위안을 얻는 것을 허용하는 이런 동물원들은 사람들 마음속에 숨어있는 무언가를 오히려 끄집어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