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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류의 신비(ft. 아바타)

코알라와 캥거루의 달라진 대접

by YY

몸에 새끼를 키우는 주머니가 있다니! 호주에 처음 도착한 유럽인들은 어미 캥거루의 배속에서 고개를 내민 새끼를 눈을 씻고 다시 봤을지 모른다. 유대류를 설명하는 책 제목에 '신비'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수 있을까?


호주를 보면 영화 아바타가 떠오른다. 실제 호주의 한 지역이 아바타에서 한 부족 마을의 모델이 됐다고 들었다. 마치 다른 행성에 도착한 듯 호주에는 다른 세계에서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대류다. 영어로는 마수피얼Marsupial, 주머니라는 뜻의 라틴어 Marsupium에서 유래됐다. 새끼들은 불완전하게 태어나 어미의 주머니에서 젖을 먹으며 마저 자란다.


호주가 대륙과 떨어지면서 동물들은 독자적으로 진화했다. 유대류는 대부분 호주에 있지만 뉴질랜드, 파푸아 뉴기니,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도 있다. 캥거루, 코알라가 가장 유명하다. 캥거루와 포섬의 주머니를 본 적 있는데 주머니 속에 털이 없었다. 마치 기름을 발라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유대류의 주머니 안 쪽에는 항생물질이 발라져 있어 새끼를 보호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든든한 면역 장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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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섬의 주머니 속(왼쪽), 어자일 왈라비 어미와 새끼(오른쪽)


움뱃이나 밴디쿳처럼 땅을 파는 동물은 세심하게도 주머니 구멍이 뒤쪽을 향해 뚫려 있다. 앞을 향했다면 새끼가 흙 범벅이 됐을 거다! 앞으로 걸어가는 움뱃의 뒷모습을 보다가 새끼가 고개를 쏙 내밀면 심장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모두가 신비롭고 귀여운 동물들이지만 호주에서의 대우는 꽤 차이가 난다. 대표적인 게 코알라와 캥거루다. 코알라는 IUCN red list에서 멸종위기 취약(Vulnerable) 종이다. 캥거루는 그 보다 두 단계 낮은 관심대상(Least concern) 종이다. 둘 다 인간에 의해 똑같은 피해를 입었지만 기동력과 번식력을 갖춘 캥거루는 코알라보다 많은 수가 살아남았다.


코알라는 대거의 유럽인이 호주에 도착한 이후 가죽 털을 뺏기고, 개에게 물리고, 나무가 잘리거나 불에 타서 집과 식량을 잃었다. 특히 2019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호주에서 발생한 거대한 산불로 6만 마리 이상이 피해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기구한 운명이 있나. 지금은 보호를 받는 동시에 일부가 동물원 포토존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일한다. 그렇게 번 돈의 일부를 코알라 보전에 쓰고 코알라가 스트레스받지 않게 신경 쓴다지만 시끄러운 인파 속에 묻혀 엉덩이를 내줘야 하는 코알라를 보면 안쓰럽다.


IMG_7590.JPG 론파인코알라 생추어리에서 코알라와 사진찍으려고 줄선 사람들


캥거루는 코알라보다 흔해서일까. 슈퍼스타 대접을 받지는 않는다. 캥거루가 살던 곳은 목초지나 도로, 주거지나 관광지로 바뀌었다. 캥거루는 가축에게 풀을 먹이려는 농부들에게 방해꾼이다. 어떤 사람들은 캥거루들이 가는 길을 방해한다고 싫어한다. 호주에서 차를 운전하다 보면 많은 동물들이 차에 치여 죽어 있는데, 캥거루나 왈라비가 많은 수를 차지한다. 어미가 죽은 경우 주머니에서 새끼를 구조한다. 매년 56만 마리가 그렇게 고아가 된다.


IMG_8354.JPG 운전 중 길에서 발견한 왈라비


유명한 관광지에서는 여전히 캥거루 가죽을 팔고 심지어 고환으로 주머니를, 앞발로 등 긁개를 만들어 판다. 캥거루 고기도 마트 한 구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먹는 사람이 많진 않지만 있긴 있다. 호주의 국가 상징동물은 캥거루와 에뮤인데, 호주는 국가 상징동물을 먹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위와 같은 이유로 매년 150만 마리의 야생 캥거루를 사냥한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기생충, 톡소플라스마증, 살모넬라증 등에 감염될 위험이 있고, 죽이는 과정도 비인도적이며 유통 과정도 비위생적이기 때문에 먹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캥거루들을 차별하지 않고 보살피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케어러(carer)다.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재활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반인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은 1년간 조이(새끼 캥거루를 칭하는 말)를 키우는데 자신의 소중한 1000시간과 3만 달러를 쓴다. 자비를 들여 야생동물에 관한 수업도 듣는다(나중에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쓰도록 하겠다). 다만 매년 구조해야 할 동물들은 늘어나는데 자원봉사자는 1%씩 줄어든다고 한다.


IMG_5331.JPG 클리랜드 야생공원에서 자원봉사자가 코알라를 돌보는 모습


산불 이후, 이대로라면 2050년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코알라가 멸종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근에는 60년 만에 최악의 홍수까지 겹쳤다. 야생동물들이 살 곳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캥거루 중 한 종이 살아남을지라도 그것은 분명 건강한 생태계가 아니기에 지속이 어려울 것이다. 언젠가는 '유대류라는 동물이 있었지...'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아바타를 다시 보는데, 전투 마지막 씬에 또 울컥하고 말았다. 다양하고수많은 동물들이 나와서 나비족과 함께 싸우는 장면이었다.


참고문헌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339227/


https://www.publish.csiro.au/WR/WR17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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