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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야생동물 돌보기

RSPCA 동물구조센터 봉사 및 Wild Care 강의

by YY

호주 케언즈에서 길을 걷는 중이었다. 나무 아래 뭔가 있어서 봤더니 한 꿀빨이새(Honeyeater)가 새끼에게 뭔가를 먹이고 있었다. 새끼는 나무 꼭대기 둥지에서 떨어진 듯했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이라 지켜보다 안 되겠다 싶어 나뭇가지 위로 올려주었다. 꼭대기까지 기어올라가기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야생동물구조센터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해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구조하러 나온다고 했다. 둥지에 올려놓을 수 없으면 사람이 키운 다음 돌려보내게 될 거라고 말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호주에서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어떻게 구조하고 치료하는지 궁금했다. 브리즈번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에서 봉사를 했다. 그곳은 야생동물뿐 아니라 개, 고양이, 말, 닭, 햄스터, 뱀, 앵무새 등 다양한 동물들을 구조하고 야생동물은 야생으로, 다른 동물은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주는 큰 규모의 구조센터였다. 일을 하면서 와일드케어(Wildcare)라는 동물구조단체 강의도 들어서 호주의 야생동물구조 시스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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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PCA 입구(왼쪽), 입양 상담을 받는 가족(오른쪽)


우리나라는 환경부나 지자체에서 야생동물구조센터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 구조단체에 예산을 일부 지원한다. 그런데 호주는 케어러(carer)라고 불리는 일반인이 개인적으로 구조활동을 하거나 동물원이나 보호단체에 속한 야생동물병원이 정부의 허가와 일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었다.


와일드케어 같은 단체는 구조 요청 전화가 오면 종에 따라 전문적인 케어러에게 연락하는 허브 역할, 케어러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역할을 담당한다. RSPCA는 이런 역할뿐 아니라 동물병원도 운영하고 있어 다친 야생동물이 발견되면 이런 병원을 거쳐 케어러에게 인계된다. 호주 퀸즐랜드 주의 오스트레일리아 동물원이나 커럼빈 동물원도 야생동물만을 위한 병원이 있다.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동물병원에서는 야생동물 치료가 무료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 비용을 케어러가 사비로 낸다.


정부 중심의 한국과 민간인 중심의 호주, 어느 것이 더 나을까? 한국은 전문성과 예산을 기반으로 하는 구조센터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인프라가 부족하다. 반면 호주처럼 한다면 실제 구조에 투입되는 인력은 많지만 일반인이 정확인 지식과 경험 없이 야생동물을 다룰 수 있고, 상당 부분의 예산을 케어러가 지불하므로 부담을 떠넘기는 셈이다.


전문성을 높이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별생각 없이 야생동물을 구조해 동물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다. 어미가 주변에 있는지도 모르고 새끼를 데리고 온다. 데려와서는 잘못된 먹이를 주거나, 동물이 사람에게 너무 길들여져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기도 한다. TV에서는 이런 이야기의 문제점에는 눈을 가린 채 신기한 볼거리로 소비하고 만다. 일반인들은 야생동물 구조에 관한 잘못된 지식을 비판 없이 흡수한다.


와일드케어 강의 교육 중에는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하지 않고 인형을 이용했다. 만에 하나 동물을 이용하려고 할 때는 각 주의 종 관리계획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디어에 노출할 때도 사전에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만큼 주의를 기울여 동물을 제대로 대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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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사용한 까치 인형(왼쪽), 보수없이 강의하는 케어러(오른쪽)


와일드케어에는 종 코디네이터가 있었는데, 이는 회원 중 오랫동안 구조활동을 해 온 케어러 중에 뽑는다. 종 코디네이터를 해당 종에 관한 지식을 케어러들에게 교육하고 구조 상황을 전달받는다. 이 과정을 통해 그 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배포한다.


RSPCA는 봉사자 관리 시스템이 굉장히 체계적이었다. 분야는 구조 앰뷸런스 운전, 임시 보호, 재활용 숍 운영, 동물 관리, 식물 관리, 캠페인 돕기, 입양 안내, 마케팅, 콜센터 등 다양했다. 퀸즐랜드 주 RSPCA에만 5,500명이 넘는 봉사자가 있었다.


실제 하는 일은 대단한 일이라기보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지만 작은 일들이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동물이 썼던 담요를 세탁실에 가져다주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했다. 포섬이 먹는 꽃이 달린 나뭇가지를 잘라 주기도 했다. 바구니 안에 있다가 빼꼼히 나와 먹이를 먹으면 그렇게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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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바구니에 천을 씌우면 그 안에 들어가 있다. 청소 중 잠시 찍은 포섬의 사진(왼쪽),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 케이지 앞을 천으로 가려 놓았다(오른쪽).


당시에는 차가 없어 왕복 4시간을 버스와 전철을 타고 다녔다. 힘들었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 봉사자들을 만나보니 가진 게 많아서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호주에서 다치거나 고아가 되는 야생동물들을 늘어나는 반면, 야생동물 케어러는 매년 1%씩 줄고 있다. 야생동물을 돌보기는 단지 밥을 먹이고 똥을 치우는 것 이상이다. 새끼 캥거루 한 마리를 키우는 데 1000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잠 못 이루는 밤들, 육체적인 노동, 동물을 떠나보냈을 때의 슬픔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한국과 호주 두 나라 모두 정부가 야생동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원하는지에 달려있다. 정부는 야생동물 질병관리, 생태계 다양성, 환경 보호 및 윤리 문화적 측면에서 야생동물 보호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구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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