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재 진행형
동물을 따라다니는 여행 이야기를 신문에 연재하면서, 그 첫 시작이 호주였다. 어쩌다 보니 지금도 호주에 살고 있다. 인생은 역시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호주-뉴질랜드-말레이시아-미국-영국-베트남-태국-독일을 지나 유럽을 훑고 일본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독일 즈음, 5년간 이어오던 연재가 중단됐다. 해당 지면은 동물 관련 전문가분들과 돌아가며 연재했는데 어느 날 연락이 와서 '여성-젠더'지면으로 교체된다고 했다. 좋은 변화였고 5년간 좋은 기회였기에 잘 받아들일 수 있었다.
호주에서 방문한 곳은 더 많지만 일단 다음 나라로 넘어가야 글 수정 스케줄이 진도를 나갈 수 있을 듯 해 여기에서 일단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매일 하나를 수정하려던 야심 찬 포부는 이미 옛날 일이 되었다. 일주일에 하나도 수정 안 하고 지나가는 세월만 야속했다. 이제 5월이니 한 해의 2/3 term은 1/3 term보다 더 잘 보내고 싶다. 잘 쓰려는 욕심은 버렸다. 내 글이 사람들에게 어떤 다른 생각의 길을 열어주길 바라지만 이 정도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마무리하기 위해 호주를 전반적으로 돌아보자면, 이 나라는 기본적으로 동물 친화적이다. 호주에만 있는 야생동물이 많고 다른 나라들도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걸 잘 이용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동물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어딜 가나 캥거루 먹이주기가 있다. 마켓 냉장고에는 캥거루 고기가 있다. 돈 만 내면, 또는 무료로 코알라를 안고 사진 찍는 걸로 수입을 얻는다. 코알라를 극진히 대접하면서도 시끄러운 식당 옆에 주렁주렁 매달려 자야 하는 코알라를 보면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길에는 차에 치여 죽은 캥거루, 포섬 등이 있다. 어떤 호주인은 그것이 바로 호주에 야생동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고 한다. 길 위에 널브러진 죽음은 일종의 무감각을 불러일으킨다. 도로의 잔인함, 차의 포식성에 대한. 어떤 호주인은 그런 캥거루에게 짜증을 낸다. 잘못 부딪히면 운전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한 편으로 이해는 가지만 바퀴에 끼인 (아직 살아있던) 캥거루의 목을 도끼로 잘라내 빼내야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들으니 그렇게까지 짜증만 낼 일인가 싶다.
한 편에선 여전히 사육사가 호랑이와 같은 공간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 동물원 주인이 동물 가까이서 위험한 촬영을 하다 죽었고 호랑이에게 물린 사육사도 있는데 정말 이상하다. 악어 곁으로 가 먹이를 주고 그걸 콜로세움에서 구경하듯 소비한다. 위험한 동물 곁에 있는 용맹(?)한 모습 보여주기를 포기할 수 없나 보다.
...진짜 여기서 멈추고 뉴질랜드 가야지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