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Y May 21. 2021

팜오일 때문에 내쫓긴 오랑우탄

말레이시아 세필록 오랑우탄 구조센터 & 열대우림 디스커버리 센터

 비행기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가까워졌다. 창문 밖으로 내려다 보 풍경은 온통 푸르렀다. 다만 단순했다. 다양한 식물상으로 가득한 열대우림이 아니었다. 팜나무만이 빼곡했다. 팜나무에서 추출하는 팜오일은 현재 전 세계가 가장 많이 쓰는 식물성 기름이다. 과자, 초콜릿, 비누 등 다양한 제품에 들어간다. 가끔 '식물성 유지'로 표기되기도 한다.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와 함께 이 팜오일의 큰 생산국 중 하나다.



팜오일 때문에 오랑우탄 개체수가 줄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오래였다. 팜오일 생산을 위해 밀어버리는 밀림은 아시아의 유일한 대형 유인원 오랑우탄의 서식지다. 오랑우탄이 다양한 먹이를 얻고 둥지를 지을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 사라지고 오직 한 가지 나무만이 그곳을 뒤덮는다. 세계 자연보전 연맹(IUCN)에 따르면 오랑우탄을 포함한 190여 종의 야생동물이 피해를 입는다. 몇몇 동물원과 보호단체들은 팜오일의 해악을 알리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를 뒤덮은 팜나무들의 행렬을 보니 이미 몸 곳곳에 퍼진 암 같았다. 이 거대한 산업의 공격적인 전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미 황폐화된 토지보다 숲을 밀고 팜나무를 심는 게 이득이기 때문에 팜유 산업이 확대되면 될수록 자연은 반드시 파괴된다는 점이 더욱 안타까웠다.


살 곳을 잃은 오랑우탄들의 쉼터가 보르네오섬 사바의 산다칸 지역에 있어 찾아갔다. 이름은 '세필록 오랑우탄 재활센터'였다. 어미를 잃거나 다친 오랑우탄들은 이곳에서 사람들의 치료와 보살핌을 받는다. 새끼들은 나무에 매달리는 법, 천적을 피하는 법, 먹이 구하는 법 등 생존 기술을 배워 야생으로 돌아간다.


마침 먹이 주는 시간이 있어 그 모습을 지켜봤다. 먹이터는 사람들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다. 센터 내에 있지만 야생과 연결된 준방사(Soft-release) 지역이었다. 사육사가 바나나와 파파야를 들고 나왔다. 어미 오랑우탄 두 마리와 새끼 오랑우탄 여러 마리가 모여들었다. 사람들 머리 위로 밧줄이 있어 오랑우탄들은 자유롭게 매달려 돌아다녔다.



오랑우탄이 6살 정도가 되면 이곳을 떠나 야생에서의 삶을 시작한다고 한다. 새로 방사된 오랑우탄은 먼저 방사된 오랑우탄들을 보며 필요한 기술들을 익힌다. 주는 먹이가 두 가지뿐인 이유는 이 먹이에만 의존하지 말고 야생에서 다양한 과일을 찾아먹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변에 과일이 많이 열리면 오랑우탄들이 먹이를 먹으러 지 않을 때도 있다. 방문한 사람들은 아쉽겠지만 센터 측에서는 오랑우탄들이 야생에서  적응했다는 의미이므로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어린 오랑우탄들은 센터 내부에서 방사 전 훈련을 받는다.


지금까지 760마리가 넘는 오랑우탄을 구조해 80% 이상을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사바에서는 이렇게 야생으로 돌아간 오랑우탄들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헬리콥터까지 이용해 주기적으로 둥지 개수를 센다. 현재 사바에는 야생 오랑우탄이 만 오천 마리 정도 있다고 한다.


구조센터를 나와 근처에 있는 야생 보호구역인 '열대우림 디스커버리 센터'에 갔다. 25m 높이 전망대에 올라가니 오랑우탄이 보는 세상이 보였다. 운 좋게도 어미와 새끼 오랑우탄을 볼 수 있었다. 전망대보다도 더 높은 나무 위에 있었다.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이동하려고 애쓰지만 잘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미는 한참 나뭇가지를 잡아당기다 포기하고 말았다. 울창한 숲이었지만 오랑우탄이 처한 현실을 단편적으로 보는 듯했다. 연결돼있던 서식지와 서식지가 팜나무 때문에 끊어지고 멀어진 현실 말이다.


오랑우탄이 만든 둥지
그곳에서 또 다른 야생 오랑우탄을 발견했다.


그리고 빙하가 녹아 위기에 처한 북극곰이 떠올랐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자 먹이를 구하기도 힘들어졌고 쉴 곳도 줄어든 것이다. 마치 오랑우탄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생동물들은 점점 작은 서식지 안에 고립되고 있다. 그 결과 빙하 위에서 살던 북극곰이 점차 육지로 내려오는 것처럼, 오랑우탄도 어쩔 수 없이 땅으로 내려오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며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서식지와 서식지 사이를 채우고 연결하려면 지금 같아서는 안된다. 팜유 재배 확장으로 인한 열대우림 파괴를 막고 보전할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서식지 단절을 막는 '지속 가능한 팜유'를 생산하도록 하고 표기를 확실히 해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울 필요가 있다.  또한 팜유에만 집중된 산업 구조를 다각화시키고 보다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주절주절]야생동물의 운명은 기름에 달려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