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 요코하마는 동물원의 미래인가
노게야마 동물원에서 나와 오비 요코하마에 갔다.
오비 요코하마는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그전에 노게야마에 들를 시간이 있었다.
일반적인 동물원이라면 대여섯 시에 문을 닫지만 오비 요코하마는 밤 9-10시까지 개장한다. 그 이유는 건물 안에 있는 디지털 동물원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새로운 형태의 동물원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반드시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었다. 요코하마에 가기로 한 이유도 이곳 때문이었다. (토토로로 유명한 지브리 박물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창 동물원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던 때였다. 과연 현대의 동물원을 대체할만한 것이 있을까? 동물원은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하는가?를 보면 디지털 동물원은 매우 솔깃했다.
수준 높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영국 BBC와 게임 회사인 SEGA의 기술력이 만났다니 얼마나 멋질까.
큰 건물의 5층과 6층을 모두 쓰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놀라움 그러나 실망'이다.
물론 기술력은 대단했다.
'동물을 이용한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 체험'이랄까
내 몸에 얼룩말 무늬를 입혀볼 수도 있고
손을 움직여 대형 화면의 동물 그림을 터치하면 그 동물에 대한 정보가 나오는 등 흥미를 끌었지만
기술에 감탄하며 얼마나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지 의문이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이로 인해 동물에 관심과 사랑을 가지게 될지라도)
한 곳에 있던 거북 한 마리가 너무 뇌리에 깊이 박혔다.
살아있는 동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악어거북이었는지 늑대거북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명도 제대로 없었고 왜인지 나에게 사진도 남지 않았다.
딱 몸 크기만 한 수조에 들어가 있던 거북...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의 일부를 전시해 놓은 듯
그렇게 움직이지 못한 채 있는 모습을 보니 온갖 휘황찬란한 기술이 다 무슨 필요가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만든 뉴욕 디지털 수족관을 다녀오며
어쩌면... 동물원이 변해갈 수 있는 한 방향이 아닐까 싶어
(살아있는 동물 수를 줄이면서 일부를 디지털로 대체한다면?)
오비 요코하마의 현재는 어떨지 찾아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생각보다 더 끔찍했다.
많은 동물을 데려와 만지도록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름을 'wildlife encounter'라고 붙였다.
어딜 봐서 야생??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늘어나고 있는 동물 카페와 다를 바 없었다.
비자연적인 전시장에 미어캣, 아르마딜로, 앵무새 등이 있었고 아이들이 이들을 만지며 찍은 사진들을 보니,
이것이 동물원의 미래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동물을 친근하게 생각하는 것과
그 동물의 삶은 생각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만지는 것은 분명 다르다.
또한, 예전에 참 기발하다고 생각하며 먹었던 '지구 earth' 버거가 있었다.
버거의 빵을 지구의 색을 입혔고 안에는 닭고기를 넣었는데,
그 버거가 개구리 고기를 넣은 버거로 바뀐 것이다!
더 적나라해졌다...라는 말이 맞을까...(닭에서 개구리로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닭은 괜찮고 개구리는 안 괜찮다는 말이 아니다. 이 변화는 무언가 '흥행성'을 염두에 둔 변화인듯 했다.)
이런 경우가 왜 일어났을지 생각해보았다.
1. 소유주 또는 윗선의 누군가가 바뀌었다. (동물의 복지 따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한 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2. 경영난이 심각하다. (와본 사람들이 다시 올만큼은 아니라는 이야기?)
3. 원래 이렇게 변해갈 것이었다...
동물원이 수입 창출을 위해 눈에 띄는 '동물 이용 기회'를 만들기도 하는데
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러한 경제적 이유(?) 앞에서 동물의 복지를 생각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아니면 계속해서 이렇게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야 할지 의문이다.
한 곳에서 열심히 노력해도
한 곳에서는 퇴보가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동물 카페도 마찬가지다.
사회인식이 변해가는 동안 법이 그에 따르지 못해
우후죽순으로 동물 카페들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그곳의 동물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알지 못한 채 단편적으로 동물을 만나러 간다. 이유는 다양하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니까, 신기한 동물을 만져보고 싶어서, 색다른 체험이니까...
하지만 자연이 아닌 환경에서 태어난 본성대로 살지 못하는 동물들은 고통받는다.
그곳에서 일하는 동물을 사랑하는 직원들도 분명 고통받는다. 동물들의 고통을 눈 앞에서 목도해야 하나 할 수 있는 일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들도 약자다.
이윤은 동물을 이용하는 소유주가 가져가고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공감할 기회를 잃고
나와는 다른, 사실은 같은, 생명체를 올바르게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
영국 BBC가 이런 모든 상황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널리 알리길 바란다.
미래에 동물원들이 모두 건물 안에 있을 것이고
동물들은 그 건물 안에 갇혀 평생 진짜 햇빛을 보지 못하고 살아갈 거라는 상상은 하기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