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샌디에이고동물원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가니 치타와 개가 한 울타리 안에 있었다. 설명판에 치타와 개가 함께 산책을 하고 학교를 방문하는 사진이 있었다. '수줍어하는' 치타가 사람들 앞에 설 때 개가 함께 있으면 안심을 한단다. 이 동물원의'애니멀즈 인 액션' 프로그램은 입장료 외에 돈을 더 내고 코뿔소, 홍학, 치타 등의 동물을 가까이서 보는 것이었다. 이런 동물들이 야생동물들을 대표해 메시지를 전한다 하여 '대사'라 불렀다. 야생동물에게 하나 의미 없는 이런 직함을 주고 목줄을 거는 것이 과연 치타를 위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또 다른 샌디에이고 동물원인 사파리공원에 가니 '치타런'이라는 쇼가 눈에 띄었다. 112km/h의 속력으로 달리는 치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곳으로 가니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 제일 잘 볼 수 있는 곳에 사람들 몇 명이 서 있었는데 이 또한 돈을 더 내야 갈 수 있었다. 쇼가 시작되자 사육사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나왔다. 치타가 나오기 전에 먼저 달려 개와 치타의 속도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개가 달리고, 주인공인 치타가 등장했다. 미리 매달아 둔 장난감을 빠르게 당기자 치타가 그 장난감을 따라 달렸다. 사람들은 개보다 훨씬 빠른 치타에게 환호했다.
사파리 홈페이지에는 새로운 '대사'의 등장을 축하하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한 살 반인 치타 루사는 어미에게 '버려졌다'라고 했다. 동물원은 루사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개 레이나를 데려와 함께 키웠다. 루사가 앞다리 기형으로 수술을 받을 때 레이나가 옆에서 지켜주었다는 일화는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
그런데 동물원을 돌아다니고 자료를 찾다 보니 이런 이야기는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메트로 리치먼드 동물원에는 어미젖이 부족해 사람 손에 자란 치타 쿰발리가, 그 곁에는 개 카고가 있었다. 신시내티 동물원에도, 달라스 동물원에도 치타런 쇼를 하고 모두들 개와 함께 였다. 종을 뛰어넘는 우정도 유행이 되다니. 어미가 새끼를 자연스럽게 키우지 못한다면 이는 그 환경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어미와 형제를 잃은 치타가 밝고 명랑한 강아지를 만나 정답게 노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는가! 야생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두 종의 하모니에 사람들은 시선을 빼앗긴다. 예전부터 이런 클리셰는 있어왔다. 침팬지나 오랑우탄이 새끼 호랑이에게 젖병으로 우유를 먹인다던지, 고릴라와 토끼가 같은 방사장에서 지낸다든지 하는 모습은 화제성이 있기에 최근까지도 이용되고 있는 동물원의 홍보 전략이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들에게 야생동물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인식을 심어주기에 지양해야 한다.
이들이 죽는 날까지 사람들에 의해 조작된 우정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한 구조단체 전문가는 치타가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언제든 개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뿐만 아니라 사람도 위험하다. 결국 2021년 3월 콜럼버스 동물원 사육사가 치타를 산책시키던 중 공격당해 부상을 입었다.
https://www.nbcnews.com/news/animal-news/ohio-zookeeper-injured-cheetah-attack-n1260810
치타를 야생에서 살아야 할 야생동물로 보지 않고 애완동물로 보는 것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개인이 소유해 키운 치타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거나 적절한 먹이를 공급받지 못해 영양실조나 질병에 걸려 구조되곤 한다. 새끼 치타는 18개월정도 어미에게서 생존 기술을 배운다. 사람이 키운 치타는 야생으로 돌아가도 살아남기 어렵다.
이러한 유행이 어서 끝나길 바란다. 한 때 유행이었다고 말하는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