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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 Dec 13. 2022

새 살

박쥐들의 회복능력에 관하여

새끼 박쥐들을 키우며 놀랄만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그들의 회복 능력이었다.


회복은 Recovery라고도 하지만 요즘 많이 쓰는 말은 Resilience다 (충격 및 부상 등에서의) 회복력을 의미한다.


어미는 진드기에 물려 죽고 이미 반쯤은 먹힌 상태였다.


다행히도 같이 있던 새끼는 살아있는 채로 구조됐는데,


그도 그럴 것이 어미가 날개로 새끼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어미가 죽은 지 오래된 탓에 새끼도 습격을 피하지 못했다.


그 결과, 새끼의 등 살이 쥐에게 어느 정도 먹힌 상태였다.



새끼는 등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 병원으로 들어왔다.


등의 피부가 사라진 채 분홍빛의 살이 드러나 있었다.



물론 새끼는 울면서 어미를 찾아댔다. 고통과 슬픔이 뒤섞인 소리였다.


새끼를 소독약으로 씻어주었다. 생 살이 소독약에 닿을 때의 아픔은 끔찍할 터였다.



매일 항생제를 먹이고, 항생연고를 바르고, 살에 붙지 않는 거즈를 붙이고


이를 고정시키기 위해 조끼를 입혀주었다. 털이 별로 없는 인간으로서는 동물들의 털이 참 번거 로워 보였다.


주변에 나있는 털들이 상처와 엉겨 붙어 있었는데 이를 떼는 것도 박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주변부터 상처는 아물어갔다. 살이 마를 새라 Gel도 발라주었다.


새끼는 점점 더 신경질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만히 잘 있는 새끼를 잡아다


뭘 먹이고 등을 따갑게 하고 답답한 걸 입히니 얼마나 성질이 날까.



새끼는 좀 큰 채로 들어와서, 젖병으로 먹이던 우유도 금방 Dripper bottle로 바꾸었다.


쥐들에게 쓰는 이 Bottle은 직접 먹이지 않고 새끼 혼자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거꾸로 우유를 먹는 박쥐의 특성상 박쥐들은 먹을 때마다 잘하지 않으면 우유를 온몸에 뒤집어쓰기 일쑤였다.


상처 소독도 문제지만 상처에 우유가 묻어 오염이 될까도 걱정이었다. 등이 아픈 새끼를 잡고 온 몸을 닦아주기도 힘든 일이었다.



항상 불안 불안하며 새끼를 잡았다. 행여 내 부주의로 상처가 뜯겨 피가 나거나 감염을 시킬까 두려웠다.


그러던 중에도 하루하루 상처를 아물어갔다. 먼저 살 위에 하얀 막이 덮였다. 그리고 주변부터 점점 상처가 안으로 꿰매 지듯 작아졌다. 실력 좋은 박쥐 외과의가 신의 손으로 훌륭한 수술을 마쳐 놓은 듯했다.



등에 상처가 있어 항생제를 먹일 때 찾기 쉬웠는데, 언젠가부터 찾기가 어려웠다.


점점  손으로 잡지 못할 만큼 성장 속도도 빨라졌다. 성질도 점점 덜 내고 의젓한 중딩 박쥐가 되는 것 같았다.  모든 일이 2 안에 일어났다.


결국 상처가 다 닫히는 것은 못 보고 돌아와야 했지만, 분명 끝까지 잘 이겨냈으리라 믿는다.



그의 이름은 스펜서 테일러. 평소에 들어오는 박쥐들에게  없이 이름만 주었는데  친구는 특별히 귀족 냄새나는 성까지 얻었다. 야생동물들의 회복능력은 모두 놀랍지만, 고통을 감내하고 삶을 받아들이는 새끼 박쥐들을 보면 인간은 정말 나약한  같다. 최근 손가락에  물집 하나로 끙끙대며 고생한 나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왼쪽. 사실 이 사진은 스펜서 테일러가 아니다 ㅎㅎ

오른쪽. 이 사진도 스펜서가 아닌 것 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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