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들의 회복능력에 관하여
새끼 박쥐들을 키우며 놀랄만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그들의 회복 능력이었다.
회복은 Recovery라고도 하지만 요즘 많이 쓰는 말은 Resilience다 (충격 및 부상 등에서의) 회복력을 의미한다.
어미는 진드기에 물려 죽고 이미 반쯤은 먹힌 상태였다.
다행히도 같이 있던 새끼는 살아있는 채로 구조됐는데,
그도 그럴 것이 어미가 날개로 새끼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어미가 죽은 지 오래된 탓에 새끼도 습격을 피하지 못했다.
그 결과, 새끼의 등 살이 쥐에게 어느 정도 먹힌 상태였다.
새끼는 등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 병원으로 들어왔다.
등의 피부가 사라진 채 분홍빛의 살이 드러나 있었다.
물론 새끼는 울면서 어미를 찾아댔다. 고통과 슬픔이 뒤섞인 소리였다.
새끼를 소독약으로 씻어주었다. 생 살이 소독약에 닿을 때의 아픔은 끔찍할 터였다.
매일 항생제를 먹이고, 항생연고를 바르고, 살에 붙지 않는 거즈를 붙이고
이를 고정시키기 위해 조끼를 입혀주었다. 털이 별로 없는 인간으로서는 동물들의 털이 참 번거 로워 보였다.
주변에 나있는 털들이 상처와 엉겨 붙어 있었는데 이를 떼는 것도 박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주변부터 상처는 아물어갔다. 살이 마를 새라 Gel도 발라주었다.
새끼는 점점 더 신경질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만히 잘 있는 새끼를 잡아다
뭘 먹이고 등을 따갑게 하고 답답한 걸 입히니 얼마나 성질이 날까.
새끼는 좀 큰 채로 들어와서, 젖병으로 먹이던 우유도 금방 Dripper bottle로 바꾸었다.
쥐들에게 쓰는 이 Bottle은 직접 먹이지 않고 새끼 혼자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거꾸로 우유를 먹는 박쥐의 특성상 박쥐들은 먹을 때마다 잘하지 않으면 우유를 온몸에 뒤집어쓰기 일쑤였다.
상처 소독도 문제지만 상처에 우유가 묻어 오염이 될까도 걱정이었다. 등이 아픈 새끼를 잡고 온 몸을 닦아주기도 힘든 일이었다.
항상 불안 불안하며 새끼를 잡았다. 행여 내 부주의로 상처가 뜯겨 피가 나거나 감염을 시킬까 두려웠다.
그러던 중에도 하루하루 상처를 아물어갔다. 먼저 살 위에 하얀 막이 덮였다. 그리고 주변부터 점점 상처가 안으로 꿰매 지듯 작아졌다. 실력 좋은 박쥐 외과의가 신의 손으로 훌륭한 수술을 마쳐 놓은 듯했다.
등에 상처가 있어 항생제를 먹일 때 찾기 쉬웠는데, 언젠가부터 찾기가 어려웠다.
점점 한 손으로 잡지 못할 만큼 성장 속도도 빨라졌다. 성질도 점점 덜 내고 의젓한 중딩 박쥐가 되는 것 같았다. 이 모든 일이 2주 안에 일어났다.
결국 상처가 다 닫히는 것은 못 보고 돌아와야 했지만, 분명 끝까지 잘 이겨냈으리라 믿는다.
그의 이름은 스펜서 테일러. 평소에 들어오는 박쥐들에게 성 없이 이름만 주었는데 이 친구는 특별히 귀족 냄새나는 성까지 얻었다. 야생동물들의 회복능력은 모두 놀랍지만, 고통을 감내하고 삶을 받아들이는 새끼 박쥐들을 보면 인간은 정말 나약한 것 같다. 최근 손가락에 난 물집 하나로 끙끙대며 고생한 나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왼쪽. 사실 이 사진은 스펜서 테일러가 아니다 ㅎㅎ
오른쪽. 이 사진도 스펜서가 아닌 것 같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