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에세이도 아닌, 그무엇-
아침은 불투명한 확률로 온다
-블라인드 이야기-
내가 먼지 같아서 아침은 묘연하게 온다.
블라인드는 제 시야를 위해 두 개의 줄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닫히는 줄,
또 하나는 여는 줄,
둘 중 하나를 당긴다. 오늘도 어김없이 틀렸다.
열어야 하는데 빡빡하게 막힌다.
남은 하나를 당긴다.
그때 시선이 열리면
웃자란 화단은 쓴웃음을 짓고 있었고
빨간 미끄럼틀은 제 몸의 각을 초조함에 맞추어 세운다.
아이들은 집에 갇혔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아저씨는 틀림없이 제삼자라는 느낌이다.
블라인드에게 내 하루의 운을 맡겨버린다면
너무 슬픈 일이겠지만
아침을 게임처럼 가지고 노는 의미로는
꽤나 긴장감이 있는 놀이라는 것,
두 줄에서 정확히 열리는 줄을 당기는 순간은
잠시나마 새의 날개짓처럼 상쾌해진다.
미친놈이라고 비웃을 일인지도 모르지만
좋은 징조일 거라 생각하고 싶은 심리는
먼지 같은 나를 걷어내는 의미에서부터 시작되었다면
용서해 줄 건지.
사소한 선택을 가지고 하루의 징후를 예감하려는 나는
행방이 묘연해진 새나 구름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어떤 예감도 할 수 없는
내가 먼지 같아서
아침은 불투명한 확률로 온다.
글&사진.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