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5

-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by 김휴

불면 5

-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억지로 잠을 청하는 시간은

누가 꽃을 꺾어갈 것 같은 불안감에 싸인다


잘 자다가 왜 눈이 떠졌을까?

다시 잠 속으로 기어들려고 해도 잠이 나를 밀어낸다.

그렇게 안간힘 쓰다 보면

시간은 더 짙은 어둠을 토해내고 있고

나는 아픈 과거를 되살리면서 더 또렷해진다.


어린 시절, 밤이 깊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는 도망갔을 거라 생각했었다.

막연한 기다림은 아픈 상상만 안겨 주었다.


기다림은 두 개의 뿌리를 가진 듯 했다.

기대과 실망,


얼른 일어나 불을 켜야 한다.

생이 밝으면 과거는 도망치고

모호한 미래라도 밀려올지 모른다.


우스운 논리를 만들며

지독한 불면에서 철학을 즐기겠다면

이미 틀린 밤이다.


꽃이 꽃을 부정하면

기어코 겨울이 찾아왔다


쓸쓸함에서 커피 냄새가 나면

그나마 견딜만한 외로움이겠다.

혼자 마시는 커피는 가난한 철학을 안겨준다.

그 철학에는 과거, 혹은 가까운 미래까지 생성시키며


커피는 커피일 뿐이라며

철학은 골치 아픈 장르라며


일어나야 한다.

이대로 있기에는 내 서정이 너무 위태하다.

불을 켜고 컴퓨터로 숨어들자.


그곳이 지옥이라도

시든 꽃잎처럼, 과거에 집착하는 내 애인들이

아직도 그곳에서 파티 중일 거니까.


글&사진.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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