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위한 소묘
박형
눈물이 고인 듯한 기억들이 찾아오면
밤이 턱밑에 와있습니다
그래서 밤은 체념하기보다는 애원하기 좋은 시간인가 봅니다
나비를 난생 첨 잡았던 기억이
오늘따라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요?
고백하지만 곤충채집을 하면서
나비의 몸에 침을 꽂았던 순간은 이해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면
잔인한 일인가요?
가벼움의 정도로
생을 가늠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박형
갑자기 날이 어두워집니다.
구름이 낮게 깔리면서 존레논의 노래로
나를 거부하는 듯한 밤을 용서할 작정입니다
참 오래된 기억이지만
언젠가 꽃집을 차리게 되면 가게 이름을‘Mr. Lennon!’으로 지을 거라고
그리고 언제나 그 깊은 밤에 문을 닫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꽃을 내밀며 하는 고백은 깊은 밤에도 용서가 되는
시 같은 것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고백은 실패한다 해도 아름다운 일이겠지요
꽃집에서 종일‘Imagine’을 흘려놓고
낡은 청바지가 졸고 있을 거라고
박형
공전하고 있는 삶이 제 이유를 상실할 때쯤
꿈마저 술래가 되어 버렸다면
표정도 감춘 채 돌아서야 하는 거겠지요
늦은 밤인데도 밤을 느끼지 못하고
형이 전화를 받지 않으시는 것으로 또 하루가 가는 모양입니다
구부정한 형의 뒷모습을 챙기면서
나도 밤을 닫겠습니다
글&사진.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