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쓴 편지 2
박형
전화기가 술 몇 잔에 혀가 꼬여버렸다고
세상이 이래도 되는 거냐며
젖은 새처럼 형이 울먹일 때
내 전화기는 세상따먹기에 빠져있다고
형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전화기의 자존심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박형
이제 세상에 혼술은 없어졌다고
핸드폰 탄생으로 고독의 이유가 사라졌다며
‘전화기 없는 우리는 얼마나 위대한가’라며
길고양이 한 마리 어둠에서 문자를 날립니다
박형
복권 한 장을 사려해도
시뻘건 눈들 때문에 쪽팔려서 못산다는 형의 호소에서
세상과의 화해는 까마득해 보입니다
형은 삶의 이유를 찾아
오늘도 세상 난간을 위태롭게 걸어가고 있군요
박형
복권 한 장에 매달려
천국으로 진입하려는 난민들은 내 시에도 붐빕니다
천국에서 날아온 초대문자에 형은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글&사진.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