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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un 22. 2020

라떼의 넋두리

개판이다.


오늘도 늘 하던 아침 운동.   평행봉에서 내려와 한 숨 돌리는 순간.  낯 익은 아니 체형과 운동복이 알 것같은 분이 손을 흔든다.  나보다 연배이신 노인복지관 친구.   어르신들의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연륜을 덮는 모자,  여름이니 선그라스,  거기다 마스크까지!  얼굴은 없다.  그래도 세월!  대충 알아보고 고개 숙여 인사.  그런데 선글라스만 벗고,  대충 인사. "잘 지내시죠."   요즘 말로 영혼 없는 인사.  마스크도 벗지 않으신다.   근력운동은 마스크를 끼고는 하기 힘들다.  마스크를 벗고 약간은 숨을 헐떡이는 모습!  사회적 거리 두기!  그래도 약간은 섭섭.


근 운동 후는 유산소 운동.  거창한 것 같지만 그냥 걷기 운동.   그늘을 찾아 징검다리를 건넌다.  바로 앞에 젊은 여자분이 다리 짧은 강아지를 안고 간다.  강아지는 주인에게 안긴 게 즐거운지 연신 주인 얼굴을 핥고 있다.  그래도 싫은 기색은 조금도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람끼리만 해당? 사실은 강아지인지 어미 개인지도 모르겠다.


근운동이 과했는지  다리 밑에서 잠시 휴식.  여름에는 다리 밑이 참 시원하다.  엉덩이를 붙이자 마자,  잉어 떼가 앞으로!  뒤이어 오리도 앞으로!  바로 그 옆.  선명한 글씨!  "먹이를 주지 마시오.  면역력이 저하됩니다."  그 참 동물들이 왜 내 앞으로?


다시 6,000보 앞으로!  길 옆의 푯말! "탄천에는 너구리가 삽니다.  반려견 동행하는 분은 조심하세요"  내 눈에 띄는 너구리!   그래도 겨울잠에서 갓깬 꺼칠한 너구리는 사진에도 담은 기억이 있다.


운동 목표 달성.  샤워 후.  커피 한 잔.  휴식은 TV와 함께.  채널을 돌리다 보니 프로 제목이 "개는 훌륭하다.  라떼의 생각.  제목도 참!  훌륭하다란 말이 개에게 해당되는 말인가?  잘 모르겠다.


저녁 후 컴 앞에 있으니 너무 다.  아내에게 말하고,   맥주 한 캔과 함께 다시 탄천으로!  자리를 찾으며 걷기 운동!  그런데 저 앞에 무엇이 번쩍번쩍!  자세히 보니 개가 옷을 입고 있다.  덩치 작은 개 보호를 위해 전기 옷을 입힌 모양이다.  그 참!  개가 놀라지나 않을지.  자리를 잡고 맥주 한 입.  결혼 전 같은 여자가 유모차를 끌고 옆자리에.  조칸가?   그런데 유모차 안에 강아지가 탁!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나는 일흔 노인이다.  88년도 올림픽을 위해 멍멍탕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전달한 기억도 있다.  경기도에도 몇 년 전만 해도 개를 파는 곳이 있었다.  최대한으로 순화한 표현.


요즘 여행과 야외 녹화 프로기 줄어든 사이에 유명인들의  반려동물 이야기가 넘쳐난다.  친구의 조언,  "나이가 들면 혼자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  아니 한 마디 더.  개, 고양이와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


맥주 한 캔 때리고 집으로.  에리 베이트를 기다리던 분이 내가 가니 얼른 마스크를 끼신다.  고맙다.  나 역시 마스크 착용.  엘리베이터 벽에 "아파트는 흡연 금지 구역" 이란 글씨가 번쩍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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