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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Sep 23. 2020

추분 다음 날 아침

요즘은 새벽에 잠을 깨는 일이 많아졌다.  오늘도 일찍 눈이 떠져 방문을 여니 거실에 빨래가 한 가득.  어제 저녁의 기억 소환.

“관리 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

요약하면 일교차가 심해서 난방을 한다는 방송.  내가 잠든 사이에 아내가 거실 바닥에 빨래를 말린 것이다.  벌써 난방?  화장실에 들렀다 어둠 속에서 빨래를 갠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빨래만큼은 여자 보다 모양 있게 갤 수 있다.  우리 세대는 각 잡는 생활을 3년이나 했으니.    

   

아직 일어나기는 이르다.  폰으로 카톡부터 확인.  부지런한 친구들이 벌써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  가을맞이 가지산 산행.” 그리고 정상 인증 샷.  지금 내게는 추분이란 계절 보다 일흔 나이에 천 미터가 넘는 산을 등반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도 부럽다.  내 기억 속의 가지산은 영남 알프스 중에서도 힘 들기로 소문난 산이다.

레알 부럽!  다른 톡에서 찾은 낯 선 단어 하나.   

  

“마포 불백!” 요즘은 줄임말이 젊은이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대학생인 늦둥이에게 물으니 마포의 불고기 백반이란다.  아니 할배들의 말 줄임.  “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    

   

달걀과 빵으로 요기하고 아침 운동.  아파트 문을 나서니 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하긴 추석이야기가 나오는 시기.  세월이 정말 빠르다.  특히 올 해는 시간이 정말 어이 없이 가버렸다.  미국 생활 3개월 후 1월 20일 귀국.  집 정리. 경유차 정책에 폐차.  3개월의 공백이 크다.  정리 좀 하다 보니 4월.  문화센터 기타반 등록,  노인복지관 체육관 등록 준비하는 사이,  정말 어이 없이도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그 후는 집콕 신세.     

같은 생활의 반복이니 시간 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 리 없다.  벌써 저물어 가는 2020년.  


   



그나마 브런치가 있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정말 고맙고도 다행이라 생각!     

어린 시절,  가까이 가면 담배 냄새가 나던 우리 할아버지.  새벽부터 기침을 하신다 걱정하시던 어머니.  물론 나는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 기억이 없다.  생각해 보면 그 때의 할아버지 연세보다 지금의 내 나이가 더 많다.  다행히 나는 담배는 끊고 새벽에 기침도 하지 않는다.      

 

빠른 걸음으로 아침 운동.  육천보 걷기.  산책길에 있는 벤치에서 어르신 두 분이 새벽 담배를 즐기며 담소.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니 냄새!  나도 근 30년 넘게 피운 담배니 그 냄새가 지금도 싫지는 않다.  이곳은 공원지역 금연 구역!  오후에 운동 다니는 마나님 왈! “벤치에서 막걸리라도 한 잔 하며 피우는 냄새는 정말 싫다.” 며  담배 잘 끊었단다.  나도 과거엔 미움 많이 받았겠다는 생각.   

  

벌써 일흔을 넘긴 나이!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것이 사실.  아내는 베풀면 자식에게 돌아온다며 봉사활동에 열심! 나도 적어도 젊은이들에게 미움 받는 노인은 되지 말자는 생각.   

  

집앞을 흐르는 탄천!  그 환경을 보전하자는 모임에 사진봉사자로 참가!  화상 수업 한 시간 완료.  과제물도 통과!  다음 수업을 기다린다.  열심히 살다보면 보람이란 말도 따라오리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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