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생활에서 정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뿐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마스크 쓰고 다니는 운동 길에 만나는 부부. 일흔은 훌쩍 넘기신 것 같은 노부부. 거동이 불편하신 마나님과 보조기구의 도움으로 함께 산책하시는 남편분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내 병상 경험 때문일까? 흔히 부부를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말로 정리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수술의 전리품! ㅎㅎㅎ전리품이라 해두자. 왼쪽 갈비뼈 사이에 기흉관 꽂았던 흔적. 오른쪽 등에 거의 10cm는 될 것 같은 수술 자국.
가까이 자다 잠결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결과로 지금은 각방 사용.
집에 온 지 이틀째! 잠에서 깨자 정신이 아득!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아내가 잠들어 있는데. 2, 3m도 되지 않는 거리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잠시 정신을 놓았는지는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몸도 움직여지지 않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이건 아는 것이 힘이다. 퍼떡 차태현이란 배우 생각! 공황장애! 지금이야 연예인들을 통해 많이 듣는 말이지만 당시에는 생소한 말이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으며 손가락부터 조금씩 움직여 보았다. 숨을 못 쉰다면 죽었지.
우선 자리에서 일어나기부터. 앉아서는 생각 정리. 허파를 많이 잘랐다는 생각. 폐가 작아지니 숨이 차는 것은 당연지사. 호흡이 가쁘니 숨을 쉴 수 없다는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 추측. 차태현 배우가 어느 오락 프로에서 한 말! “여기서 지면 고생 심하다.” 천천히 옷부터 입었다. 아내를 깨울까 망설이다.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밖으로! 다행히 구월 초라 밤이라도 춥지는 않다. 아직은 천천히 걷는 것조차 힘들다.
꾸부정한 자세로 오른쪽 어깨를 감싸며 집 근처의 고등학교로. 우리 막내가 다니는 학교다. 초기에는 밤에 참 많이도 찾은 곳이다 시간은 자정이 조금 넘었다.
교문을 들어서니 예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밤 운동을 하고 있다.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중 눈에 띄는 몇 사람! 뇌졸중을 앓으신 분이라 추측되는 분들. 거북한 몸으로 열심히 운동장을 돌고 계신다.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모습을 어둠에 묻고 계시는 듯! 나도 내일부터.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니 그 전 생각은 잊었다.
공황장애란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냥 내가 극복했다는 내 생각! 다음 날 아내에게 말했더니 “깨우지 그랬냐?” 누가 뭐래도 부부는 한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