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과 더불어 살아가기

트라우마

by 김윤철



“폐는 불가역성입니다. 조심하시면서 사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냉정하게 생기신 의사님의 말씀!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 병원에서 듣는 말 중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다. 불가역성. 바뀌지 않는다는 말. 쉽게 말해 고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군 시절 본격적으로 피우기 시작한 담배!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힘들지 않은 투병생활이 있겠는가. 그래도 내가 가장 힘들다는 느낌이다. 생각해 보라. 숨 쉬기를 어떻게 조심하란 이야긴가? 오염이 심할 때는 숨을 쉬지 말란 이야기? 수도권으로 이사를 와서는 우울증을 앓을 정도로 트라우마가 되었다.


조심하는 방법. 담배 끊기. 사람 많은 밀폐된 곳 피하기. 산소와 피톤치드를 제공하는 나무가 있는 곳으로 자주 가기! 이외에는 할 게 별로 없다. 숨을 안 쉬고 살 수는 없으니! 병원이 고마운 게 퇴원 후 얼마간은 정기적으로 금연에 대한 경고를 해 준다. 사실은 병원 신세 지면 담배 생각은 끝이다. 그래도 고맙다.


퇴직 직후, 고교생 늦둥이가 있으면 병원 생활이나 집에 있으나 별 차이가 없다. 간호사 올 시간에 기상. 식사. 늦둥이는 학교로 나는 나무 찾아 삼만 리.


수술 직 후 얼마간은 고생 많았다. 출근 시간인데 갈 곳이 없다. 움직이기도 힘든 몸이니 멀리는 못 가고. 시골 생활과 옛 직업의 특성상 아는 사람은 많고, 초라한 모습은 보이기 싫고. 처음엔 가장 씩씩한 걸음으로 아파트 산책. 사람이라도 만나면 더 꼿꼿한 모습으로. 다행히 아파트가 산에 있어 오르막을 오를 수 있게 되면서는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아파트 뒤쪽 나무 밑에 돗자리 깔고 단전호흡.


조금씩 행동반경을 넓혀간다. 한 달 후부터는 높이 350미터 높이의 마을 뒷산 등산. 사철 푸른 침엽수가 있고 약수터가 있고, 친구가 있는 뒷산이 얼마나 가고 싶던지!


아파트 안을 돌 때는 뒤편의 나무 밑이 목표였고, 아파트 뒤에 앉아서는 마을 뒷산. 등산 후에는 근력 운동. 한 걸음씩 완치라는 목포를 향하여 참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마찬가지로 트라우마 역시 역설적이지만 내 삶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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