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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Oct 19. 2020

코로나 시대의 자화상

강변에서

     

6시 좀 넘은 시간.  눈이 뜨이면 스마트 폰을 연다.  처음 하는 일.  가족 밴드.  미국 사는 딸의 외손주들 소식 점검.  글로벌 시대다.  한국에 누워서 미국 걱정.  미국도 난리다.  올 8월에 학교 입학한 손녀가 화상수업 탓에 등교를 못 하고 친구들에게 들려줄 자기소개를 동영상으로 올렸다.  알아들을 수도 없는 영어를 곧잘 하는 손녀가 대견하면서도 집에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애처롭다.  이모티콘 화답은 기본.  몇 자 소감!     


반년 가까이 만나지 못 한 친구들도 sns를 통해 덕담을 전해온다.  노년의 마음가짐과 행복 기원,  자신의 취미 활동(주로 혼자 하는 등산,  사진) 등.  나도 몇 자 올리고 “좋아요!” 로 화답.      

아침을 간단히 때우고 공트장으로.  작은 가방과 함께 현관 앞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신 벗기 귀찮아서 아내에게 마스크 몇 번 부탁했더니 아예 마스크 통을 현관 앞에 놓아두었다.      

 

집 앞 강변의 운동 기구 앞에는 부지런한 분들이 건강관리에 열중이다.  나야 은퇴한 백수지만 자전거와 러닝은 젊은 사람들도 땀을 흘린다.  화상 수업하는 학생이거나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기를 비는 마음.  나이가 있으니 운동도 조심!  준비 운동 후 주로 철봉과 평행봉.  정리 체조.  열심히 운동하는 대도 턱걸이와 평행봉 개수는 줄어든다.  반비례로 몸 푸는 시간은 길어지는 것이 당연.  세월무상!      

 

다음은 6.000보 강변 산책.  노인복지관 체력단련실에서 함께 부대끼던 분들을 만나도 손만 흔든다.  주먹이나마 마주치던 분들도 어느 때부터인가 고개만 까딱이고 치운다.  아마 광복절 이후부터가 아닌가 추측.  그래도 대부분이 목표량인 6.000보는 넘어선다.  다음은 요즈음은 보기 힘든 자판기 커피 타임.  습관은 무섭다.  발이 저절로 자판기 앞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 안의 손세정액으로 손을 씻고, 샤워하기 전 다시 폰 개방.      

오늘은 운동량이 좀 많다.  8.000보 가까운 워킹.  혹시나 하고 본 밴드에 마트 다녀오는 길에 란 말과 함께 핼러윈 장식품 앞에서 찍은 손주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추억 소환.   

  

10월 말이 되면 미국은 거의 파티 기간에 들어간다.  핼러윈 기간이 지나면 땡스기빙 데이,  이어서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거리를 메운다.  핼러윈을 미국에서는 큰 축제로 여긴다.  해골, 뼈, 호박 등등 장식품에다 핼러윈 복장들도 야단스럽다.  작년에는 손녀는 마녀, 손자는 배트맨 복장을 하고 손녀 유치원 방문.  대단한 행사에 내가 더 흥겨웠던 추억!  올해는 그 행사를 할 수 없는 손주들.  망할 놈의 코로나!  

   

샤워 후 잠시 휴식!  TV를 보던지 아니면 눈을 감고 누워 있기, 기분이 나면 기타 연습. 아내가 부르면 점심! 오늘은 요리도 조금.  아내는 이런 내가 동화에 나오는 베짱이 같단다.  

     

컴을 켜면 뉴스 보기와 게임 약간.  가장 큰 일은 브런치 활동.  이것이 노년의 가장 큰 낙이다.  읽고 쓰고 통계도 보고.  나도 관심받고 싶은 사람!  브런치마저 몰랐다면 이 암울한 코로나 사태를 어찌 헤쳐 나갈 수 있었을까?    

 

내일은 밴드로 하는 기타 화상수업! 10시부터 11시 50분까지  화요일과 금요일은 나도 할 일이 있다.  비록 비대면이지만 기타와 사진 수업.   

  

컴을 끄면 TV보기와 기타 연습.  다음은 숙면.  이것이 코로나 시대 70대의 24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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