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니 왼쪽 어깨가 뻐근하다. 운동량의 차이에서 오는 평소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아! 그저께 백신 접종했구나.
나는 평생 고혈압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백신 접종을 앞두고 한 혈압 검사. 간호사 분께서 다시 검사. 혈압이 높게 나왔다는 말.
“그럴 리가 없는 데요.” 이건 걱정이 아니다. 확신.
“주위 환경에 따라 혈압이 변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연세이니 간호사께서도 걱정. 역시 정상.
백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병원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린다. 백신에 대한 문의 전화. 나야 노인네지만 젊은 사람들도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모양이다. “나이가 벼슬” 소리 걱정했는데 조금은 덜 미안하다.
그런데 왜 혈압이 높게 나왔을까? 병원이 주는 위압감? 그건 아니다.
나는 일 년에도 몇 번씩 병원 검진을 다닌다. 일 주 간격으로 각종 검사, 그리고 결과 확인. 병원이란 단어에 위압감을 느낄 군번이 아니다.
나름대로의 분석.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 생각 코로나 백신! 병원이란 말이 아니라 코로나란 단어의 힘. 일종의 코로나 포비아 현상.
다른 하나는 접종이란 말이 주는 위압감. 은퇴와 동시에 병원도 많이 다녔지만 주사 접종이란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단 한 번 사용된 말.
B C G 접종. 초등학교 그때는 국민학교였지. 정말 아팠다. 열도 나고 곪고 오래전 일이지만 아팠다는 기억은 뚜렷하다. 잠재해 있던 의식이 내 혈압을 높게 나오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정상 혈압으로 백신 접종. 의사 분의 접종. 이것도 처음 경험. 간호사가 의사께 연락. 의사분이 직접 주사. 단순 주사 놓기는 간호사가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사가 직접 팔을 걷어 부친다. 기분 탓인지 따끔하지도 않다. 뉴스 화면에서는 주사가 수직으로 꼽힌다. 많이 아플 거라 생각했는데 보통 주사보다 덜 아프다. 사람 탓인지, 내 긴장 탓인지는 모르겠다.
주의 사항을 의사께서 설명. 주사 후 15분 대기. 이상 없으면 접종확인서 배부하며 간호사께서 다시 주의 사항 설명. 전신 마취 대수술보다 더 야단스럽다.
집에 오니 아내가 진통제 대령. 아무렇지도 않대도 먹어두란다. 두 알.
자기 전엔 내가 우겨서 한 알만.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렇지도 않다. 같이 병원 간 아내는 팔이 아프단다. “여자는 일어나면 일을 하니 아프고 남자는 아무것도 안 하니 그렇단다.” 괜히 긁어 부스럼.
저녁이 되니 팔도 뻐근하고 열도 약간.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지는 것 같더니 오늘 아침까지 개운하지는 않다. 어제 아침은 약 기운이 남아 있어서 그런 모양.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야지. 오늘 목표는 근력 운동 생략 대신 만 보 걷기. 그리고 어제 못 한 샤워와 기타 손 풀기.
코로나 정도야! 내가 나다! 홧팅이다! 아랫입술에 묘한 감촉이 느껴진다. 코밑수염!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좋아하던 배우. 크라크 케이블의 수염을 길렀다. 마스크 벗으면 용기 부족이겠지만. 아내도 보기 싫지 않단다. 코로나 덕에 별 경험 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