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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ul 09. 2021

미나리!

힌국인이 만든 미국 영화!

코로나는 여러모로 우리를 힘들게 한다.  TV를 보다 갑자기 곱창 생각이 간절.  마스크를 벗어야 하니 식당 가기가 찝찝.  마스크 급히 착용하고 집 앞 마트로.  인스턴트식품인 곱창전골 사들고 집으로.  두꺼비 한 마리는 덤.  맵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막내의 말!

“매운맛은 중독성이 있어서 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찾으니 점점 더 매워진다는 말.”

나이 탓인지 자극적인 것보다 밋밋한 맛이  좋다.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  그래서 기다린 영화.  요즘 하루도 뉴스에 오르지 않는 날이 없는 분명 미국 영화,  미나리!   


우리나라 배우 한예리(모니카) 가족이 농장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영화.  이 영화에서 자극적인 요소는 전혀 네버 찾아볼 수가 없다.  한 편의 목가시 같은 영화다.  원래 농사라는 게 멀리서 보면 목가적이다.  당연히 가까이서 보면 치열한 개고생.  도시 생활에 지치면 전원생활.  헛소리다.  스티브 연이 분한 제이콥 역시 눈물 겨울 정도의 치열한 삶 속에 던져져 있다.  그것을 이겨 내는 힘.  이민자의 고달픔을 달래주는 힘.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가족 간의 사랑.  


이 영화는 감독인 정이삭의   자전적인 영화다.  당연히 아역 배우인 앨런 킴이 분한 데이비드의 시선으로 줄거리가 전개된다.  나는 70대,  딸이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따라서 윤여정이 분한 순자 씨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려 한다.      



딸 산후조리를 위해 아내와  미국행.  초행길도 아니건만 입국 수속에서 지적.  영어가 짧으니 “스로리!” 흑인 검사원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시아나!”  항공사 직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딸과 상봉.  한숨이 푹.  영화 속 한예리의 대사.  “엄마 먼 길에 고생 많았다.”   


한예리의 눈물.  “엄마 우리 사는 모습 다 보여줬다,”  “바퀴 달린 집.  재미만 있다.”

딸의 집도 아파트였다.  미국 아파트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아니 미국 집 자체가 우리 눈에는 서글프다.  “이런 집 토네이도 오면 날아간다.”  미국은 집을 나무로 짓는다.  그것도 통나무가 아니라 합판 같은 나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부모 눈에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정착되지 않는 집을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자식에 대한 믿음이고 사랑이 아닐까!    


딸네 집 가는 짐은 거의 이삿짐 수준이다.  사돈은 미역과 한약.  아내는 고추장, 된장에 김치까지.  “한인 마트 가면 다 있다.”  “신토불이다.”  사실 미국 한인 마트에는 없는 게 없다.  우리나라 상점에서는 사라진 번데기 통조림과 도토리묵까지 진열되어 있다. 심사대 통과 시 아내의 말.  “없어요.”  분명 우리말이다.  그래도 통과.  무슨 말 했냐 물으니 “백 인 풋” 가방에 음식 있냐?  그래서 나온 말이란다.  글로벌 시대 실감.  당시 순자 씨의 한약과 멸치는 우리보다 훨씬 힘들게 미국 여행했으리란 생각.     


미국도 코로나로 몸살.  데이비드 또래인 손녀가 학교를 못 가니 우리와 자주 통화.  그것도 화상 통화.  정말 세월 좋다.  걱정은 영어가 어둔할까 걱정.  딸의 말.  “아빠,  전혀 걱정 않아도 된다.  얘들은 영어가 국어다. 외국어 하나 할 수 있다는 건 재산이다.  온라인 수업 잘만 따라간다.”  그래도 걱정.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니 손녀가 못 알아듣는다.  우리말과 영어를 섞으니 손녀가 발음 교정을 해 준다.  우리는 글을 배우지만 미국 교육은 발음을 먼저 가르친다.  “에이 이즈 애플.  애애애플”  영화 첫 장면 차 안에서 누나인 앤(노엘 조)이 보던 책이 영어책이었다.  누나인 노엘 조와  동생 앨런 킴은 천재임이 분명하다.  우리말에다  순자 씨와  콩글리시 대화까지.  손주들도 남매끼리의 대화는 주로 영어로 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갈등인 제이콥과 모니카의 갈등은 순자 씨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영화의 핵심 그러나 순자 씨의 손을 벗어난 갈등.  그러나 이것 역시 사랑이다.  땅에 집착하는 남편이나 안정을 바라는 아내나 둘 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다른 방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불편한 몸으로 집안일을 도우려다 오히려 부담만 주고 죄책감에 산으로 가는 순자 씨를 따라가는 손주들!  분명 이 영화의 테마는 사랑이다!     모든 농작물이 사라지고 미나리만 남았다.  어떠한 땅에서도 자란다는 미나리!  이 영화를 압축해 놓은 소재인 미나리!        



미국 파사데나의 태국 식당에서 겪은 삽화 하나!  LA에서도 파사데나는 꽤나 부촌에 속하는 곳이다.    파티,  우리식으로 말하면 잔치 행사 중 들리는 소리.  “여기.  여기다!”  뒤이어 들리는 우리말들.  딸이 알아온 말.  아이 돌잔치란다.  우리 모습에다 젊은 층은 혼혈의 얼굴도.   뒤섞여 들리는 영어와 우리말.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 나이는 내 나이 정도.    세월 뒤의 제이콥 모습이 아닐까 생각!       



미나리가 오스카상 여섯 부문에나 노미네이트 되었다.  그중 압권은 윤여정 배우의 여우조연상!  배우의 소감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그 말에서  노배우의 진심을 느낀다.  나?  미국 원조 옥수수 먹고 자란 일흔 넘은 라떼.   “오스카상은 리즈 테일러가 타고 아카데미상은 엘리자베드 테일러가 탔다.”란 우스갯소리를 하며 자란 세대다.  노래의 빌보드 차트니 영화의 오스카상이니 하는 것은 그냥 남의 잔치!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말로 만들어진 영화를 미국인들이 자막을 통해서 본다?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세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남몰래 눈물 흘렸던 기억.  단지 나이 탓만은 아니란 생각.                


기생충과 달리 미나리의 국적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미국에 얼마간 살아본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근본적으로 미국은 이민 국가이다.   미나리는  너무나 유명한 브래드 피트가  제작하고 미국 시민인 “아이삭 정”이 각본과 감독을 맡아 한예리와 윤여정이란 한국 배우를 출연시켜 만든 미국 영화이다.  한국어가 많이 사용되었다?   이것은 현실이다.    이민 1세대들은 자국어를 쓰고 그 자식들은 영어에 더 익숙하고,  1,2세대 간의 대화는 영어와 자국어가 혼용된다.  나도 손주들에게 영어 발음 배우고, 손주들끼리 대화는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내 생각을 말하면 미국 영화 정도가 아니고 한국의 두 배우가 한국적 정서로 표현해낸 미국의 역사다.  미국의 역사에 더해진 이국적 정서, 그것이 독립영화 수준의 저예산 영화인 미나리에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것 아닐까 생각!       







미국의 역사는 유럽인들의 이민으로부터 시작된다.  1,600년대 미국 이민의 시작은 두 가지의 유형을 가지고 있다. 그 하나는 문자 그대로 아메리칸드림을 좇아온 농업이민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뉴잉 그랜드 쪽으로 온 청교도들의 정착이다.  땅과 종교적 신념!       


미나리를 보며 나는 두 편의 영화를 떠올렸다.  하나는 존 포드 감독의 “역마차”  그리고 엘리아 카잔 감독의 “에덴의 동쪽”  역마차는 개척,  에덴의 동쪽은 성서!  정이삭 감독이 존 포드와 “분노의 포도”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에덴의 동쪽의 원작자가 “분노의 포도”를 집필한 “존 스타인벡”이다.          

역마차는 서부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영화다.  우리 세대가 기억하고 있는 초기의 서부 영화!  그가 들면 장총도 권총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큰 체구의 존 웨인이 말을 타고 혹은 역마차를 몰아 서부로,  서부로  정착지를 찾아가는 화면.  그리고 황량한 언덕에서 활을 쏘며 쫓아오는 인디언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신나는 나팔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기병대.  인디언들이 도주한 다음에 나타나는 장면.  방패 삼아 눕혀 놓은 역마차 바퀴에 꽂혀 있는 화살들.  소위 말하는 “호스 오페라!”   수많은 클리세를 만들어낸 고전이 바로 역마차이다. 미국의 역사의 한 축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뻗어가는 개척의 역사다.        


미나리의 첫 장면!  짐을 실은 트럭을 운전하는 제이콥의 뒤를 모니카의 승용차가 따른다.  바퀴 달린 정착지를 찾아가는 길.   말이 몰지 않을 뿐,  개척 시대의 그 모습이다.  바퀴가 달려 높은 집.  남편의 도움을  한사코 거절하는 아내.  갈등을 암시하는 장면.  개척 시대의 인디언이나 무법자의 등장을 대신하는 열악한 자연환경,  계약 문제에 불까지.  그 시대보다 더 힘든 삶이 아닐까.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미식축구.  그 룰이 땅따먹기란다.  정착지를 향한 개척정신!   이것이 미국인들을 열광하게 하는 미나리의 힘이 아닐까!      


제임스 딘의 이름에 가려진 감이 없지는 않지만 “에덴의 동쪽” 역시 대단한 영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존 스타인벡의 원작에 엘리아 카잔 감독.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렐 것 같은 느낌.  선과 악이 뚜렷이 대비되는 미국 영화에서 선과 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표현한 최초의 영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독교를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출연자들의 이름도 성서에서 따왔다. 아버지는 아담.  선악을 모호하게 하듯 아들들의 이름을 살짝 비틀었다.  모범생이자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큰아들의 이름이 아론.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동생이 칼이다.  너무나 청교도적인 아버지를 못 견뎌 타락한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모습에 절망하는 아론.  치부처럼 생각하는  아내를 들켜버린 절망에 반신불수가 되는 아담.  부자의 극적인 화해.  미국의 한 영화 평론가는 이 영화는 동양적인 요소가 장점인 영화라 평했다 한다.       


아이삭 정이나 정이삭에서 알 수 있듯,  각본, 감독을 맡은 사람이 기독교와 뗄 수 없는 사람이다.  출연자들의 이름 역시 성서에 나오는 이름.  아버지의 이름이 제이콥,  감독의 퍼소나인 앨런 킴의 극 중 이름이 데이비드,  모니카 역시 성녀란 뜻이 있다고 한다.  영화 중 미나리가 자라는 곳.  수확물 중 유일하게 손에 쥘 수 있었던 미나리.  순자 씨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 등장하는 뱀.   교회는 당연히 등장하고,  한국전 참전 용사인 폴이 주일마다 메고 다니는 것이 십자가.  이 영화는 미국 역사의 다른 축인 기독교를 표현한 영화임이 분명하다.                 

한국 배우들이 등장하는 미국 영화.  그렇다고 내게 미나리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니 그 반대다.  코리안 아메리칸.  모국을 잊지 않는 그들이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 민족의 힘이다.  이스라엘을 생각해 보라.  백범께서는 가장 좋은 나라가 문화가 융성한 내 조국이라 말씀하셨다.  세계로 뻗어가는 K컬처.  굿이다.  오스카 시상식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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