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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Oct 27. 2021

땡감과 홍시

가을 느낌

운동 가는 길에 은행 열매를 밟았다.  기분이 요상.  열매는 구리다는데  잎은 쓸었으나 열매는 청소 뒤에 떨어진 모양이다.

길가 학교의 담쟁이들도 잎을 떨구고 있다.  완전 가을 느낌.  백수라 별 느낌이 없었지만 시월도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할배의 감상.  쓸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가을이 가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있다.


멀리 있는 친구에게서 SNS로 연락이 왔다.  소식 없던 친구와 어찌 연락이 닿았는데 병원에 있다는 말만 들었단다.

시국이 지금인지라 문안을 갈 수도 없고 그 친구도 전화상으로 신신당부를 하더란다.    부담만 주니 제발 모르는 척 해달라고.  

"너는 멀리 있으니 부담이 덜 될 것같아 연락하니 모르는 척 하라고."

이 친구도 1년에 네 번씩 정기 검진이 필요한 친구다.  나 역시 마찬가지.  병원에 있는 친구의 마음 다른 이들 보다 몇 배 더 이해.   라떼의 말 "동병상련."

이 친구도  나이가 연세인지 세월에 대해 이렇게 멋 있는 말을 할 줄 몰랐다.

"땡감과 홍시!"


학창 시절부터 내 별명은 영감이었다.  물론 대감 밑의 영감은 아니고 그냥 동작도 느리고 약간의 노안 영향까지.  절친들은 땡감이라 부르기도.  군 시절 선임의 말.  "참 별명대로 논다."  굼뜬 동작의 영감.  먹을 수 없는 땡감.  그래도 왠지 정감이 가는 별명.  그 때도 싫은 별명은 아니었다  "어이 영감!"  "와!"


직장 생활 할 때도 내 얼굴은 노안이었다.  고교 시절부터 처음 보는 동급생에게 선배 대접 받은 기억이 있다.

그 때는 별다른 기분이 없었는데 나이 들 수록 노안이 싫어지기 시작 했다.  그러다 은퇴.  지금은 내 나이를 찾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얼굴에 살집이 없었다.  주름이 많으니 노안이 될 수 밖에.  백수 생활을 하니 마음도 편하고 병원 신세 후 매일 적당한 운동을 해주니 체중이 거의 10kg정도 불었다.  얼굴이 통통.

자신감이 생기니 옷도 캐주얼하게.


아내와 TV시청을 하다 내 연배의 배우를 보며 물었다.

"와 저래 늙어 보이노!"

"거울이다.  지 나이 어데 가나!"

요즘 말로 "근자감."

젊어 보이는 게 아니고 제 나이 찾은 것이다.


일흔 넘긴 나이.  친구가 보내온 한탄.

"앞만 보고 땡감인 줄 알았는데 돌아 보니 홍시다."

여기의 땡감은 절대 네버 나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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