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철 Nov 01. 2021

백신 패스

위드 코로나

운동 가는 길.  할머니 두 분이 앞에 서셨다.  그분들이 나를 부를 때도 할아버지라 하시겠지 ㅎㅎㅎ

한 분은 자그마한 개 한 마리를 끌고 가신다.  

"자식들도 못 오고,  집에 들어가면 이 놈이 제일 먼저 꼬리치고 안긴다.  나를 이렇게 좋아하는 게 얘 말고 또 있겠나?"

그래서 그러한지 옆의 할머니의 강아지를 보는 눈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앞 지르지 않고 뒤를 따른다. 조그만 강아지가 새삼 달리 보인다.

이름하여 반려견.  반려 동물이란 말은 분명 외로움의 다른 표현이다.  갈림길에서 나는 다른 길로.  어제의 카톡 하나가 원인.


"백신 패스 없으면 복지관 출입할 수 없습니다.  오시면 마스크도 드립니다.  아버님, 어머님 뵙고 싶습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길,  노인 종합 복지관 가는 길.  발걸음이 가볍다.  이제 동무들 볼 수 있으려나?

망할 놈의 코로나가 사회생활을 다 끊어 놓았다. 친지들 얼굴 보기도 힘들다. 외롭다.  정말 반려 동물이라도 한 마리!  싫다. 그래도 사람이다.

손 소독을 하고 열 체크를 하고,  복지사께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니 복지관 회원증에  2차까지 접종 스티커를 부쳐준다. 

"언제쯤 정상화되는지는 모르시죠?"

"예! 소식 있으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참 마스크!"

고급스러운 마스크까지.  거의 휴관 상태이니 복지사님들도 심심한 모양이다.  자리 잡고 앉아 말을 부쳤다.

"지금 대면 수업은 하나도 없습니까?"

"예 텅 비었습니다."

"나는 체력 단련실이 가장 궁금합니다.  언제쯤 문 열지 모르지요."

"지금은 그렇습니다."

나와 같은 목적의 회원 한 분이 들어오셨다.  불행히도 안면이 없는 분이다.  할 수 없이 복지관 문을 나선다.


낯 선 곳으로 이사하고 그나마 정 붙인 것이 운동이다.  사람을 사귄 곳도 바로 복지관 헬스장. 

대한민국! 참 살기 좋은 곳이다.  한 달 2만 원에 하고 싶은 운동 마음껏! 개운하게 샤워까지.  마음 통하는 분들과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로 세상사까지.


회원 등록을 하고 운동 나간 첫날.  운동 끝나고 샤워까지 하고 기분 좋게 나오는데 누군가 말을 부친다.

"학교 근무하셨죠?"  "예!"  "무슨 과목입니까?"

"나는 고등학교에서 체육 담당했습니다."

"예 저는 국어괍니다.'

"경상도 말입니다!"

"문경 시골에서 이사 왔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누구 아느냐?  예! "나하고 대학 동깁니다."  

칠팔 년 선배 교사님이다.

우리나라 참 좁다.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다.  

다음 날부터 친구가 생기기 시작한다.  

"우리 후배 선생님입니다."

운동 끝나면 커피 한 잔.   한 달에 한 번은 소주도 한 잔.

8년여를 거의 매일 벌거벗고 볼 것,  못 볼 것 다 보고 지내던 분들.  망할 놈의 코로나가....

노인 복지관인지라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도 계셨다.  모든 게 궁금.

언제나 볼 수 있으려나.


생각을 정리하다,  커피 한 잔.  폰을 보니 복지관의 카톡.  11월 15일부터 대면 수업이 시작된다는 소식.

과목은 스마트 폰과 컴퓨터 교육.  이름도 낯 선 키오스크 교육까지.

비록 헬스장은 아니지만 키오스크 교육 신청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70 평생 처음 해 보는 경험.  아픔 속에 2021년이 익어 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땡감과 홍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