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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Dec 08. 2021

투병의 주인공은 환자 자신이다

항암 치료 중인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걱정만 하던 친구 병문안을 다녀왔다는 소식이 왔다. 나도 과감하게 전화. 문안도 갈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미안함과 안부를 묻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것 같다. 통화 대신 내 경험담을 적어 보내려 한다. 읽을 수야 있겠지.


문안 다녀온 친구도 정기 검진받는 친구다. 나 역시. 운동을 해야 한다니까 움직이기도 싫다는 답이 있었단다.

큰 걱정. 친구야 산속에 가면 영원히 움직일 수 없다.


나는 조금 별나게 투병 생활을 한 것 같다. 종양 검사받으러 갔다 바로 입원. 한 달 간을 치료도 못 받고 병원에만 있었다. 수술 날짜 잡히기만 기다리며. 

폐암! 조직 검사 중 허파에 공기가 들어갔는데 나이와 흡연으로 공기를 뱉어 낼 기능이 저하되었다는 말.

갈비뼈 중간에 기흉관을 꽂았다. 통원 치료 불가능. 수술 시까지 병원 신세.


코디님의 위로의 말씀. 

"우리 병원은 다른 병원 1년 치 수술을 하루 만에 다 합니다. 최고의 선생님들만 계십니다."

그런데 너무 뛰어난 분들이 많아서 탈. 하염없는 기다림.


암 환자들이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은 병원 관계자들 뿐이다. 다행히 아내도 병원에서 일한 경험자.

나는 죽는다는 생각을 지금까지도 해 본 적이 없다. 살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운동뿐이다. 가슴에 꽂힌 기흉관은? 아프다. 참아야지. 꾹 참고 걷기 운동. 시간만 나면 걸었다. 덕분에 병원 구석구석까지 다 안다고 자부한다.


한 달여의 기다림 끝에 수술. 아프다. 몸에 진통제를 달아 놓았다.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아내가 지독하단다.

빨리 낫겠다. 이런 생각도 별로 하지 않았다. 그냥 참았다. 


허파를 잘라 내었으니 늘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기구 불기. 힘 껏 불면 공이 떠 오른다. 아프다. 그때 몇 번 진통제 사용. 간호사 분도 놀람 표시.

"안 아프세요?"

"참을만합니다." 

"약 맞으며 운동을 더 하세요."

"시간만 나면 붑니다."

"대단하십니다."


퇴원 후 집으로. 수술 전 대기 입원 한 달.  수술 후 사흘 만에 퇴원. 억울한 느낌이 조금.


집에서는 아내와 조금 떨어진 곳에 이불을 폈다. 수술 부위에 무엇이던 닿으면 거의 기절.

덕분에 지금까지도 각방 사용. 


집 잠 첫날. 잠이 깨니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헉헉!"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거의 기어서 옆에 잠든 아내에게로. 잠깐의 넋 놓기.

정신이 드니 아직도 헉헉 거리고 있다. 순간 든 생각.

"숨을 못 쉬면 죽는다. 나는 살아 있다.  숨은 쉴 수는 있단 말."

차태현 배우 생각이 얼핏. 말로만 듣던 공황장애? 그때는 차태현 배우 외에는 연예인들도 공황장애란 말을 하지 않던 때다.


천천히 숨을 쉬니 못 견딜 일은 아니다. 아내를 깨워 응급실로?  운동?

옷을 입으며 생각 거듭. 배우의 말을 생각하며 싸우자! 이기자! 밖으로.

5분이면 갈 거리를 거의 삼십 분 소비하며 집 옆의 학교로.

8월의 더위. 많은 분들이 운동을 하고 계신다. 운동장 돌기.  나도 동참. 모든 분들이 나를 앞 지르는데 걔 중에는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아니 거의 다리를 저신다. 우리말로 풍 맞으신 분들. 남에게 보이기 싫은 몸을 어둠 속에 감추고 열심히 운동장을 도신다. 조그마한 시골이니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는 분도. 서로 모른 척 땅만 보며 걸었다. 후로도 걷기 운동은 계속.

처음은 아파트 단지. 다음은 평지길. 두 달여부터는 마을 뒷산 오르기. 걷다 보니 아픔도 사라졌다.


환갑 이후의 몸. 거의 석 달간 상체를 사용하지 못했다. 기흉관과 수술 후유증. 근감소증. 원래 근육질도 아닌 몸에 근육을 쓰지 않으니 몸에 뼈밖에 없는 형태다.  아픔이 가신 후부터는 산의 철봉과 기구들을 이용해서 근력 운동.  오래 아프면 거의 병원 관계자 수준이 된다. 근육량이 적으면 면역력 저하. 지금도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수술 후 미국을 네 번 다녀왔다. 미국행 준비 중에서도 가장 신경 썼던 것 중의 하나가 운동 기구. 노란 밴드.  운동은 빠지지 않았다.


두 번의 수술. 항암 치료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암 치료가 힘들다는 것은 건강한 사람보다 잘 안다. 결국은 체력 싸움. 힘들수록 운동을 해야 한다.  친구야!  싸우자! 이기자!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삶이 두려운 거다.  병원 가고 검사받고 지겹다. 이겨야 한다. 

2주에 한 번씩 치료한다며 힘들더라도 운동이다. 걷기부터 시작하자!


친구야 힘내라!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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