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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ul 20. 2022

엉덩이 빵과 그레이스 그랜 마

영어 정말 어렵다

영, 수, 국이란 말이 있었다. 대학 입시를 위한 고등학교의 주요 과목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국, 영, 수란 말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영어는 대입을 위한 필수 주요 과목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과목이다.


나는 전공의 특성상 대학 교양 과정 이후에는 영어를 손 놓다시피하고 살았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도 사회 생활에서도 영어는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 사실 나말고도 직장이나 사회 생활에서 영어를 필요로 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도 아직도 모르겠다. 지금도 영어는 그냥 시험 대비용이란 생각이 강하다.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것, 도적질 말고는 다 배워두라는 옛 어르신들의 말이 옳다는 것을 환갑을 지나서야 깨닫는 일이 생겼다.


영어의 필요성을 모른 채 무사히 직장 생활 정년 퇴직,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미국인 사위를 맞게 되었다. 미국인은 아니고 코리안 아메리칸인 이민 1세대. 덕분에 미국 여행도 하고 딸 산후 조리 핑계로 미국 생활도 10개월 정도. 손주들은 시민권을 가진 한국인 얼굴의 이민 2세대. 집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단 학교를 다니면서 부터는 손두 둘의 대화는 영어로. 손주들이 자라면서 영어의 필요성 절감. 환갑 지난 나이에 영어 공부 다시 시작.


여행 영어, 단어 공부, 스크린 영어까지. 참 열심히 했다는 생각. 민간인 영어 관련 자격증도 하나 취득.

오늘도 고마운 분의 밴드를 통해 영어 한 문장 공부. 오늘의 영어 한 문장!

"Being happy never goes out of style."

손주들과의 대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




코로나 걱정을 이기고 4년 만에 딸네 가족이 우리나라 땅을 밟았다. 삼 개월간 손주들 돌보미 노릇을 하다 2020년 1월에 귀국했으니 나는 2년 반만에 손주들을 만났다. 어린이들에게 2년의 세월은 무섭다.

영어 서툴면 어쩌나 걱정했던 손주들 둘이 우리말을 힘겨워한다. 손자 녀석이 전갈 장난감을 흔들며 하는 말!

"할아버지 이거 입에 포이즌 있어. 무서워!"

"포이즌이 뭐야?"

"엄마 포이즌이 한국말로 뭐야?"


심심하면 테브릿 pc로 만화 영화를 본다.

우리와 미국 있을 때는 우리 만화 "콩순이"를 좋아하던 손녀가 지금은 영어로 된 만화만 본다.

얘들은 영어가 모국어다. 손녀의 학교생활 2년에 동네 친구들까지.

누나 따라 다니는 손자까지. 둘의 대화는 영어로만 한다.

딸은 우리말 잊을까 걱정이다. 

"미국 살면서 한국말 모르면 어떤데."

"얘들은 생각까지 영어로 한다. 더 크면 내가 소외 당한다."

참 별게 다 걱정이다. 


나는 영어가 참 안 는다. 당연하다. 우리 세대는 일제 시대 공부한 선생님들에게 영어를 배웠다. 

손주들과의 대화가 힘들다. 손주들은 도합 10개월을 함께 부대낀  영어 대화 안 되는 할머니, 할아버지 보다 두 번째 만나는 영어 하는 이모, 외삼촌이 훨씬 더 가깝다. 젊은 세대는 손주들과 영어로 대화를 한다. 부럽다.


간식 타임.

서툰 내 영어.

"버러 브렛!"

"버럭?"

"버러 브렛."

"할아버지 버럭은 엉덩이다."

손자는 엉덩이로 내 어깨를 치면 영어 공부하듯 할애비를 놀린다.

"버럭은 엉덩이! 버럭은 엉덩이!"

"버터는 버들."

엉덩이나 빠다의 정확한 영어 발음은 아직도 못 하겠다.


발음 안 되는 할애비에게 하는 손녀의 말.

"영어는 액센트가 있다."

액샌트? 어안이 벙벙.

십년 동안 배운 영어. 초등 1학년인 손녀에게 강의를 듣는다.

도대체 얘가 액센트란 말을 어떻게 알까?

미국도 비대면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학교의 배려로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만 따로 모아 수업을 하고 손녀가 성적 우수자로 

메달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 그 때 영어 발음을 배우며 액센트란 말을 들었지 않았겠냐는 순전히 내 개인적인 추측!




나의 어머니. 손주들의 증조 할머니께 인사 드리러 고향으로.

누나는 할머니 기억하는 것 같은데 손자는 첫 대면 같은 느낌.

"할아버지의 어머니!"

둔한 머리 굴려 그랜드 오브 그랜드.

"그랜 그랜 마!"

"그레이스 그랜 마!"

"great grandmom"

T가 묵음이 되었다 디귿 발음이 되었다가 스로 들리기도.

그 와중에 할머니는 우리말을 영어로 옮기는 증손녀가 기특하기만!

"아이구 아가 우리말을 영어로 바로 옮긴다. 아이구!"

할머니가 볼 때 증손녀는 분명 천재다.


우리 세대에게 영어는 정말 어렵다. 손주들과 몇 번 더 만날 지도.....


그래도 내일 눈 뜨면 "하루 영어 한 문장"밴드 부터 찾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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