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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Sep 03. 2022

9월 아침에

벌써 가을인가

벌써 9월! 

치과에 다녀온 후 일주일 째 근력운동을 못 하고 있다. 오늘도 역시 걷기 운동만. 찌뿌듯한 몸에 날씨마저 선덕 하다. 긴 옷으로 환복 후 집 밖으로. 마스크 준비는 하지 않았다. 체육관이 아닌 탄천으로 가니까. 상쾌하다고는 할 수 없는 기분. 아파트 끝 화단에 붉은색의 고추. 


아파트 화단의 꽃들 사이로 어느 분이 고추를 심어 놓으셨다. 멋을 이해하는 분이 신 듯. 푸를 때는 몰랐으나 붉은색으로 익으니 확실히 눈에 들어온다. 벌써 9월! 고추가 익고 있다. 가을이 익고 있다. 갑자기 시간 흐르는 소리가 멋으로 다가온다. 확실한 기분 전환.


평행봉이 떠내려간 자리에서 몸 풀기 운동. 눈에 익은 백발 어르신이 쓰레기를 치우고 계신다. 운동 나오실 때마다 항상 청소를 하시는 분이시다. 만신창이가 된 탄천의 모습에 답답했던 마음이 싹 가신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란 느낌.


1시간 여의 걷기 운동. 반환점 부근의 다리에 현수막이 힘겹다.

"물난리에 의한 방범등 파괴로 감전 위험이 있으니 야간 산책을 자제해 주세요."

그래도 홍수 피해 복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생각.


근력 운동을 생략한 관계로 평소보다 빡세게 걷기 운동. 오늘은 토요일. 평일보다 아침 운동하는 분들이 많다. 당연히 자전거 도로도 붐빈다. 앞 쪽에 신나게 달려오는 자전거. 나야 급 할 것 없는 백수. 당연한 것처럼 순서 양보. 길을 건너려니 들리는 젊은 여자분의 소리. 

"감사합니다."  돌아보며 고개까지 까딱!

지나갈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기다려준 내게 건네는 인사다. 보행자들이 대부분 약자인 우리나라의 교통 현실에서 내가 오히려 더 고맙다.


치과에 다녀야 하는 건강에다 나라 안팎의 걱정거리까지. 집권과 동시에 땅따먹기 하는 듯한 나라 걱정에 미, 중 갈등. 거기다 오늘은 힌남노란 요상한 이름의 태풍 걱정까지. 나야 은퇴한 할 일 없는 노인네지만 그래도 걱정이!


이 모든 우울한 기분을 싹 없애 주는 토요일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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