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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Nov 03. 2022

여물어 가는 시간들

탄로가

운동 가기엔 조금 이른 시간. 어제 찍어온 강변의 단풍 사진 정리. 작년만 해도 벼가 누렇게 익고 허수아비가 춤추던 농사 체험장은 구월의 물난리로 흔적조차 없어졌지만 그래도 탄천의 가을은 곱다.


요즘 보기 드문 다둥이 가족의 라이더 사진에 흐뭇해하는 중 아내가 등기가 왔단다. 둘 모두 많이 궁금.

봉투를 뜯어보니 운전면허 취소에 대한 경기도 남부 경찰 청장님의 통지서. 궁금증에 비해 헛웃음만.


미세 먼지 대응책의 하나로 십 년 훌쩍 넘어 탄 경유차 폐차. 새 차는 생각도 없고 면허에도 신경을 쓰지 않다 보니 적성 검사 기간을 넘겼단다. 운전할 생각도 없지만 그래도 많이 섭섭하다. 기간을 보니 취소 확정까지는 세 달의 시간이 있다. 눈치 빠른 아내 왈!

"눈도 귀도 나잇값 한다. 검사할 생각 마라. 나도 검사 포기다."

"고민해 보자."

날짜 기억하기 위해 엽서 고이 보관. 


씁쓸한 마음으로 체력 단련실에 들어 서니 선풍기가 없어졌다. 가을 실감.

몸 푸는 시간은 길어지고 중량은 줄어드는 기구 운동 후 단풍 아름다운 탄천을 건너 집으로.


현관을 들어 서니 아내가 내 등산화 밑창을 닦고 있다.

"?"

"미끄럼 방지 테이프 부치고 있다.  내건 부쳤다."

"뭔 그런 걸!"

"올 겨울 눈 많이 올 것 같다. 넘어지면 큰일 난다."

뒷 말은 뻔하다. 친구 아니면 누구 신랑 눈길에 골절상 입었다는 말들. 

고맙지만 약간 입이 쓰다. 그래도 마음이 쓰여 청소기 타임.


운동 뒤의 삭신 쑤시는 몸을 누이고 SNS를 여니 친구들의 여행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벼 익는 모습과 허수아비들이 사라지고 감이나 사과 등 과일들의 색깔들만 곱다.

세월 탓인가.  그러고 보니 우리 아파트의 감도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다. 내일은 운동 후 카메라 출동.


저녁엔 아내 눈치 살펴 가며 소맥 한 잔? 그렇게 가을이 여물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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