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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Nov 16. 2022

이보게  가을 타는가!

11월!

어깨가 묵직한 게 영 일어나기 싫다. 누운 채 폰의 시계를 보니 8시를 넘기고 있다. 벌써!

우리집은 미국식. 버터 바른 식빵으로 아침 해결. 재빨리 카메라를 챙긴다. 

시간에 쫓기는 바쁜 생활? 전혀 아니다. 

시간만이 여유로운 백수! 그렇다고 쪼들리는 삶? 그것도 아니다.

그냥 도시화, 산업화 시대를 허리띠 졸라매고 건너 온 이모작 인생! 20세기를 벗어나지 못 하는 평범한 노인네!


오늘은 11월의 둘 째 일요일. 

체력단련실 휴관. 중장비 소리 요란한 건설 현장도 휴뮤일이다. 

이곳을 초토화 시킨 구월의 물난리 탓인지 공사장의 중장비 때문인지 예년 보다 확 줄어든 새들을 찾아보겠다는 며칠 전 부터의 계획 실천을 위해 탄천으로.


조용하다. 인부들은 보이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타워크레인만 곳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단풍들! 막바지라 생각해서 그런지 울긋불긋한 색깔이 평소 보다 곱다는 느낌.

오늘은 근력 운동을 하지 않으니 2만보는 각오 하에 스트레칭으로 몸을 예열한다.


단풍을 앵글에 담으며 쉬엄쉬엄 걷다보니 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예상이 맞았다. 예년 보다 새들이 줄어든 이유는 홍수에 강의 지형이 바뀐 것 보다 시끄러운 공사장의 소음 탓이 더 큰 것이다. 시장이 바뀌어서 그런지 올해는 탄천변의 공사가 더 많다. 다리 공사. 시민 체육공원, 심지어는 꽃밭 조성 공사까지. 하늘을 찌르는 타워크레인은 새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일 것이란 순전히 내 생각! 


작은 새들은 찾지 못 하고 왜가리, 대백로에 쇠백로까지. 오리 종류는 공사장의 소음 정도는 무시 하는 새다.

새들 보다 오히려 단풍에 더 만족한 걷기 운동 후 집으로.




컴 앞에서 사진 작업을 하려니 아내가 차를 내온다. 향긋한 내음! 모과차다.

"백수 남편 먹여 살리기 힘 들다."

며칠 전 관리실에서 얻어온 잘 익은 모과로 청을 만들며 아내가 생색낸 말이다.

달콤한 모과차 힘이 솟는 기분. 사진도 흡족까지는 아니더라도 망친 것은 아니란 생각.

내친 김에 미루어 두었던 200년 만의 개기 월식이란 말에 힘 들여 찍은 사진까지 정리.


아마츄어에게 야간 촬영은 힘 들다.

조리개에 셧터 스피드, 더해서 ISO설정까지. 설정을 바꾸어 가며 백 장을 훌쩍 넘겨 카메라에 담았다.

필름 카메라 였다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 단 지우는 것도 일이다.


컴퓨터! 참 편리하다. 백 장 넘는 사진을 바탕화면에 심어 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 부터 지워 나간다.

마지막 부분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 두 장을 찾았다. 개기 월식 직후의 붉은 달. 사람들이 홍시달이라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기쁜 마음에 멀리 있는 친구에게 sns질.

"좋은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고 서툰 내 사진은 자네의 건강을 비는 내마음이라 생각하게."

조금 있으니 요즘 보기 힘든 김장 하는 사진과 함께 답장이 왔다.

"시골 형님께서 배추를 보내 주셔서 오늘 김장했다. 넉넉하게 해서 이웃 아파트 주민들과 나누려한다."


그러면서 늘 보내오는 덕담.  옮긴 글 혹은 펌글이라 부르는 좋은 말들. 주된 내용은

"비우자! 비우며 살자!"


11월. 아내가 새 달력을 가져왔다. 2023년!

이렇게 세월은 흐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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