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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Dec 03. 2022

일흔 넘어 다시 배우는 영어

코리안 아메리칸

"위이아 고잉 아웃 투 잇 넥스트 데이."

"할아버지 짧게 투모로우다."

"참 터모로우!"


밤새 첫눈이 소복히 내렸다. 사진!

하루를 여는 습관. sns를 시작하니 황희찬과 16강이란 단어가 보인다. 어제 한 골 허용하는 모습에 포기하고 자버린 기억. 부랴부랴 뉴스를 살피니 2;1 역전승에 한국 16강 진출이란 소식. 첫눈이 서설이다.


입맛 당기는 아침. 카메라를 챙기는데 손녀의 화상통화 신호음. 머피의 법칙만 있는 게 아니다.

며칠 전 부터 준비 해둔 노트를 편다.

"하이! 루아!"

"할아버지!"

"이즈 잉글리쉬 오아 코리안 이지어?"

1초의 망설임도 없다.

"잉글뤼시!"


세상 좋아졌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엄마도 영어 공부할 거야!" 란 책의 쓸모가 없어졌다.

둘 째의 힘을 빌리니 포털 사이트에 번역기가 있다. 손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입력하면 바로 영어 문장으로 바꾸어 준다.


마침 2년 전 3개월의 미국  생활 중  크리스마스 파티복으로

딸이 선물한 옷을  입고  있다. 찬스!

"두유 리멤버 딧스 아웃 핏?"

""예스."

"디스 이즈 왓 아이 워어 온 크리스마스 투 이어즈 어고우 인 아메리카."

"예스 아이 노!"

"할아버지 오늘 축구 봤어?"

영어는 짧게 말하고 화제를 바꾼다. 걱정!

이 녀석들 미국서 영어 못 하는 것 아닌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이즈 잉글뤼시 디프컬트 오아 코리안 디프컬트?"  바로 답이 나온다.

"코리안!" 역시 바로 우리말 사용.

"오늘 한국 이겨서 홍콩 반점에서 자장면과 탕수육 먹고 왔다."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백주부 얼굴이 그려진 중국집이 있다.

답답했는지 딸이 통화에 끼어든다.

"할아버지 영어 잘 하지?"  이말은 강요가 포함 되어 있다는 느낌."

"조금!" 이 말은 영어 지독히도 못 한단 말의 다른 표현.

다시 한 번 영어 시도.

"위이아 고잉 아웃 투 잇 넥스트데이."

"할아버지 짧게 투모로우다."

이건  토모로우란  단어가  생각  나지 않은거다.

설겆이 중이던 아내가 한 마디 거든다.

"콩글리쉬 하지 말고 한국말로 해라! 엉터리 영어에 아만 힘들다."

"할아버지 영어 잘 하는데 발음이 나와 다르다."

할아버지 영어 잘 하는 게 아니다. 너하고 영어로 대화 하려고 몇 날을 번역기와 씨름한 영어다.

이건 혼잣말. 사실 번역이 제대로 된지도 모른다.


영어는 발음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읽는 법을 먼저 배운다.

내가 초등 시절에 배운 국어 시간!

"철수. 영희, 바둑이 등"

영어는 A 발음 부터 배운다.

"A이즈 애플 애애애 애플!"

"B이즈 백 브브브 백!"

손녀가 몬테소리 유아원에서 공부한 것을 내게 전해 준 영어 공부 방식이다.


갑자기 영어가 들린다. 손자가 누나방에 들어온 것이다.

"할아버지 안녕!"

다음은 남매가 영어 속사포.

둘의 대화는 들리지 않는 랩을 하는 것 같다. 영어 걱정은 그야 말로 기우!

 손자는 사내라고 말 수도 적은데다 우리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이 녀석 때문에라도 영어 공부는 해야겠다.


"바이 콜 미 옽픈!"

손녀가 발음을 교정해 준다.

"콜 미 옽픈!"

자세히 입모양을 살핀다. 콜미 다음에 여유를 가지고 윗 입술로 아랫 입술을 덮는 파열음 옽픈!


영어 공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지금 부터는 발음 위주로 번역은 컴의 힘을 빌린다.


첫눈은 역시 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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